인터넷신문위원회
ad

logo

ad
ad
ad
ad
ad
ad

HOME  >  사회

전기통신사기현금수거책, 범죄인 줄 몰랐다는 주장은 어떻게 판단할까

박찬성 기자

입력 2026-11-07 08:00

사진=로엘 법무법인 김현우 대표변호사
사진=로엘 법무법인 김현우 대표변호사
[비욘드포스트 박찬성 기자] 보이스피싱 범죄는 조직적으로 역할을 나눠 범행을 실행하는 경우가 많다. 피해자를 속이는 상담원부터 피해금을 전달받는 현금수거책까지 담당하는 역할은 다르지만, 범행에 가담한 사실이 인정되면 조직 내 위치가 낮다는 이유만으로 형사책임을 피하기는 어렵다. 구인구직 사이트나 SNS를 통해 일반적인 채용 공고를 보고 업무를 시작했다가 보이스피싱 범죄에 연루되는 사례에서도 마찬가지다. 정상적인 채권 회수나 자금 전달 업무로 알고 있었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질지는 실제 채용 경위와 업무 수행 과정에서 범죄 가능성을 인식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현금수거책 사건에서 주요 쟁점은 사기 범행에 대한 고의와 공모 여부다. 다른 조직원들과 범행을 함께 실행하려는 의사와 이에 따른 기능적 행위지배가 인정되면 사기죄의 공동정범으로 처벌될 수 있다. 반면 범행을 함께 실행하려는 의사까지 인정되지 않더라도 범죄 실행을 용이하게 한 사실이 있다면 사기방조죄가 문제될 수 있다. 직접 피해자를 속이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형사책임을 면하는 것은 아니며, 구체적인 가담 경위와 역할을 따져야 한다.

이때 중요한 판단 기준이 미필적 고의다. 이는 자신의 행위가 범죄에 이용될 가능성을 인식하면서도 그 결과를 용인한 경우를 말한다. 보이스피싱 조직의 정체나 전체 범행 수법을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더라도 업무 과정에서 수상한 정황을 인식하면서 현금 전달을 계속했다면 고의가 인정될 여지가 있다. 다만 비정상적인 업무 방식 하나만으로 범죄 인식을 단정할 수는 없다.

수사기관과 법원은 채용 과정과 업무 지시 방식, 현금 전달 경위, 보수 지급 형태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본다. 정식 면접이나 근로계약 없이 메신저만으로 업무를 지시 받았는지, 업무 내용에 비해 높은 수수료를 받았는지, 수거한 현금을 타인 명의 계좌에 입금하거나 별도의 지시에 따라 제3자에게 전달했는지 등이 주요 판단 자료가 된다. 피해자를 직접 만나 금융회사나 수사기관을 사칭하는 문서를 전달했는지, 이러한 업무를 반복적으로 수행했는지도 함께 검토한다.

중요한 것은 개별 정황이 아니라 여러 사정이 어떤 관계를 이루는가 하는 점이다. 비대면 채용만으로 범죄 가담을 단정할 수는 없지만, 불분명한 회사 정보와 이례적인 현금 전달 지시, 과도한 보수가 함께 나타난다면 미필적 고의에 관한 의심이 커질 수 있다. 반대로 실제 채용 공고와 업무 설명, 지시 내용 등에 비추어 정상적인 업무로 믿을 만한 사정이 있었다면 이를 객관적인 자료로 소명해야 한다.

형사책임이 인정되더라도 처벌 수위는 별도로 판단한다. 피해 규모와 범행 횟수, 가담 기간, 조직 내 역할, 범행으로 얻은 이익 등이 양형에 영향을 미친다. 반면 가담 정도가 제한적이었는지, 범행을 주도하지 않았는지, 형사처벌 전력이 있는지,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했는지 등은 유리한 사정으로 고려될 수 있다.

현금수거 업무를 수행했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사건에서 동일한 형사책임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공동정범과 방조범의 구별은 물론 범행에 대한 인식과 실제 가담 정도도 검토해야 한다. 초범이나 단순 가담이라는 이유만으로 선처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지만, 조직의 지시를 받아 일회적으로 업무를 수행한 경우와 범행을 계획하고 반복적으로 실행한 경우는 분리하여 판단해야 마땅하다.

도움말 로엘 법무법인 김현우 대표변호사

비욘드포스트 박찬성 기자 bp_pcs@beyondpost.co.kr

<저작권자 © 비욘드포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