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2024.04.24(수)
[비욘드포스트 김세혁 기자] 인류의 유용한 식량이자 영양 공급원 중 하나인 버섯이 미래 주택의 건자재가 되고 탈것을 움직이는 연료가 될 날이 올 지도 모르겠다.

미국 뉴욕의 친환경 소재 연구소 에코베이티브(Ecovative)는 지난 2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플라스틱 등 썩지 않는 소재 대신 언제든 헐어 퇴비화 가능한 버섯 건자재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올 상반기 내내 건축업계의 관심을 끈 에코베이티브의 '미코컴포짓(MycoComposite)'은 균사를 결합해 만든 생분해성 친환경 건축 자재다. 건물 벽체는 물론 유리병의 포장재, 침대 매트리스로 활용 가능하다. '에어 마이실리엄(AirMycelium)'은 가죽이나 플라스틱을 대체할 튼튼한 바이오 소재다.

2007년 설립된 에코베이티브는 버섯과 균사체를 활용한 다양한 건자재 연구에 매달려 왔다. 이 업체는 가볍고 친환경적이며 불에도 견디고 제작이 간단한 버섯 기반 소재로 건물의 벽체를 구성, 일정 수준 이상의 성능을 내는 데 성공했다.

에코베이티브의 미코컴포짓(왼쪽)과 에어마이실리엄 소재 [사진=에코베이티브 공식 홈페이지]
에코베이티브의 미코컴포짓(왼쪽)과 에어마이실리엄 소재 [사진=에코베이티브 공식 홈페이지]


이탈리아 균사체 업체 모구(Mogu) 역시 모든 소재를 버섯에서 충당하는 건축을 구상하고 있다. 버섯이 석재부터 목재, 플라스틱까지 다양한 건자재를 대체할 수 있다는 이 회사는 바닥재와 방음 패널, 벽돌, 아트피스 등 다양한 재료를 버섯으로 제작하고 있다.

에코베이티브와 모구 등이 참가하는 공동 프로젝트 펑글 아키텍처(Fungal Architectures, 균류 건축)는 건축 공학에 있어 버섯의 무한한 가능성을 추구한다. 여기에 참가하는 글로벌 업체들은 버섯과 스마트 기술을 조합해 빛과 온도 변화, 대기오염에 능동적으로 반응하는 버섯 건축물을 구상하고 있다.

버섯이 건축업계에서 각광 받는 이유는 특유의 기능성과 친환경성이다. 버섯으로 건자재를 만들겠다는 아이디어는 이미 상당 수준 발달돼 있다. 버섯 건자재는 버섯을 구성하는 균사체, 즉 균류의 뿌리 부분을 이용한다. 이 조직은 상상 외로 복잡하고 치밀하며 강인한 구조로 성장하기 때문에 건축용 자재로서 안성맞춤이다.

뉴욕근대미술관(MoMA)은 2014년 살아있는 버섯과 옥수수 줄기 폐기물을 사용한 원형타워 제작에 착수했다. ‘하이 파이(Hy-Fi)’로 명명된 이 건축물은 균류의 건자재화 가능성을 충분히 입증했다. 버섯 건축물을 해체된 뒤 100% 퇴비로 활용됐다.

버섯과 옥수수 폐기물을 활용한 거대한 건축물 '하이 파이(Hy-Fi) [사진=MoMA 공식 홈페이지]
버섯과 옥수수 폐기물을 활용한 거대한 건축물 '하이 파이(Hy-Fi) [사진=MoMA 공식 홈페이지]


미 항공우주국(NASA)은 화성이나 달에 건물을 만드는 소재로 균사체가 이상적이라고 본다. 균사체로 소형‧경량 구조물을 만들어 화성까지 날린 뒤, 이 구조물이 현지에서 영양분 등을 얻어 거대한 구조물로 성장하는 시나리오가 이미 완성됐다. 어디까지나 이론상 가능한 일이지만 언젠가 우주의 건축물은 지속 가능한 친환경 버섯으로 만들어지게 될지 모른다.

균류가 건자재에만 활용되는 건 아니다. 버섯은 폐수 정화 효과도 탁월하다. 버섯으로 만든 필터로 오염된 강을 정화하는 실험은 이미 1980년 ‘버섯 마술사’로 유명한 미국 진균학자 폴 스타메츠(67)가 기획했다. 당시 폴 스타메츠는 균사체와 목재 칩, 지푸라기가 담긴 큰 주머니를 필터 삼아 실제 강과 호수에서 유의미한 수질 정화 효과를 입증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리스테이트대학교 연구팀은 버섯 필터를 이용해 빗물에서 대장균 같은 병원균을 제거하고, 음료수에서 중금속을 없애는 실험에 성공했다. 연구팀은 오염된 수원에 의지하는 오지의 원주민 등을 구하기 위해 버섯 필터 보급을 추진 중이다.

자재부터 바이오연료까지…무한한 버섯의 변신


건자재나 필터만큼 가시적 성과가 나온 건 아니지만 버섯을 바이오연료로 활용하는 연구도 활발하다. 싱가포르국립대학교 연구팀은 버섯 폐기물을 이용한 바이오연료가 휘발유를 대체하는 미래를 꿈꾸고 있다. 세균으로 버섯을 분해하고 이를 발효시켜 지금까지와 다른 개념의 바이오부탄올(bio-butanol)을 만들 계획이다.

바이오부탄올은 폐목재나 볏짚, 해조류 등에서 추출한 포도당과 박테리아를 이용해 만든 액체 연료다. 원래 바이오부탄올을 활용하려면 기존 엔진을 개량해야 하지만 버섯은 그럴 필요가 없다. 특유의 구성 물질 덕분이다.

연구팀 관계자는 “버섯 바이오부탄올은 재생 가능할 뿐만 아니라 휘발유보다 휘발성이나 폭발성이 낮아 안전하다”며 “기존의 석유처럼 플라스틱이나 섬유 제조에 쓸 수도 있다. 화석연료를 대체할 만큼 많은 양을 어떻게 생산하느냐가 현재 남은 유일한 숙제”라고 전했다.

zaragd@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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