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범의 포토에세이]...혼밥에 대한 사회적 고찰](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509220828260608846a9e4dd7f220867377.jpg&nmt=30)
‘언제 밥 한번 먹자’는 말처럼 한국사회에서 밥 먹는 행위는 단순히 ‘식사 한 끼’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사교와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과 서로의 관계를 확인하는 사회적 장치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혼자 밥 먹는다=친구가 없다=사회성이 떨어진다’ 같은 등식을 굳게 믿고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으면 눈치가 보이고 남들의 시선을 견뎌야 하는 독특한 행위로 간주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혼자 밥 먹는 속내를 들여다보면 다른 사람의 입맛과 상관없이 자신이 원하는 식당에서 원하는 음식을 먹고 싶거나 식사 속도가 다른 사람에 비해 지나치게 느리거나 빨라서 눈치가 보이는 경우 편하고 자유롭게 먹기 위해서일 수도 있습니다. 또는 다른 사람과 같이 먹는 게 불편한 사람도 있고 밥때가 됐는데 마침 혼자라서일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외톨이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혼밥’에 대한 시선이 달라졌습니다. 카페나 식당에 1인석이 설치되고 도시락이나 간편식은 물론 심지어 ‘혼밥족’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레스토랑도 생겨났습니다. 혼밥을 특이한 일이 아닌 일상적이며 합리적인 선택으로 여기기 시작한 것이지요.
그렇게 된 이유는 우선, 개인주의가 확산된 배경이 큽니다. 집단 중심의 문화 속에서 개인의 취향과 선택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자리잡으면서 혼밥을 어색한 상황이 아니라 자기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하나의 선택 사항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1인가구의 증가도 한몫 했습니다. 사회구조 자체가 혼밥을 일상으로 만들었고 외식업계와 식문화 산업은 이에 맞춰 끊임없이 진화해왔습니다. 디지털화 한 사회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혼자 먹더라도 온라인에서 누구와든 연결될 수 있다는 의식이, 고립보다는 자유의 감각을 더 크게 만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라이프스타일의 다양화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자기계발, 효율성, 자신만의 루틴이 강조되는 시대에 혼밥은 자신을 관리하는 하나의 방식으로 정당화됐습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식당에 따라 혼밥의 진입장벽은 차이가 있습니다. 편의점, 패스트푸드, 학식, 분식집 등은 혼자 밥 먹기에 부담이 적지만 고깃집, 뷔페식당 같은 경우는 여전히 문턱이 높고 한정식, 고급 레스토랑 같은 데는 아예 1인 손님을 받지 않는 곳도 있습니다.
어찌됐든 혼밥은 이제 사회적 결핍의 신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는 아닌 게 확실합니다. 오히려 개인의 독립성과 선택의 자유를 보여주는 하나의 문화코드로 보는 게 맞습니다. 한국사회가 혼밥을 받아들이는 태도 변화를 보면 개인과 집단을 바라보는 시선이 점차 균형을 찾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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