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범의 千글자]...단어가 혀끝에서 뱅글뱅글](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509190816510977346a9e4dd7f220867377.jpg&nmt=30)
분명히 알고 있는 단어나 정보인데 막상 말하려고 하면 혀끝에서 맴돌기만 하고 단어나 문장으로 완성돼 나오지 않는 것을 심리학에서는 ‘설단현상(Tip of the tongue Phenomenon)’이라고 합니다. 의미와 관련 정보는 아는데 정작 필요한 단어가 안 나와 대화의 흐름이 끊기거나 당황스러운 상황이 연출되기도 합니다. 이런 현상은 특히 사람이름이나 고유명사부터 시작되는데 특별한 일이 아니라 심리학이 생겨났을 때부터 다뤄 온 보편적인 주제입니다.
나이 들수록 증상이 심해지는 설단현상은 심리학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단어의 의미는 아는 상태이고 단지 단어의 ‘음운적 재현’에 문제가 생긴 거라는 겁니다. 중요한 것은 본인이 그 단어나 사람 이름을 ‘알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런 걸 ‘메타인지’라고 합니다.
설단현상으로 말이 되지 않아 표현하지 못하는 것은 제스처를 많이 쓰면 기억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요즘은 비슷한 내용을 검색창에 입력하거나 연관 검색어로 찾아보는 방법도 있습니다. 연관 검색어를 안다는 것은 내가 ‘알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내가 알고 있다는 것을 안다’는 메타인지는 ‘내가 모르는 것을 안다’는 것과 같은 능력입니다. 생물학적 노화에 따른 설단현상은 거꾸로 말하면 메타인지가 활성화됐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니 이 증상은 어찌 보면 나이 들면서 얻어지는 세월의 훈장 같은 것입니다.
뇌의 노화뿐 아니라 스트레스, 수면부족, 피로 등에 따라 일시적으로 인지기능이 떨어져 생겨날 수도 있다고 학자들은 설명합니다. 따라서 나이에 상관없이 누구나 겪을 수 있지만 노화와 함께 빈도 수가 늘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자연현상이라는 말에는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건 건망증과 달리 정보가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힌트나 ‘연상기억법’을 활용하면 쉽게 극복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규칙적인 인지훈련과 연상기억 활용 그리고 충분한 수면과 적절한 스트레스 관리도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고 하네요. 그러고 보니 정말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은 메타인지가 안 되는,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더라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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