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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범의 千글자]...우승팀 팬으로서의 품격

입력 2025-11-04 08:07

[신형범의 千글자]...우승팀 팬으로서의 품격
한국시리즈는 나의 ‘최애’팀 LG트윈스의 완승으로 끝났고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는 7차전 연장까지 가는 혈투 끝에 우리나라도 팬들이 많은 LA다저스가 토론토 블루제이스를 물리쳤습니다. 저녁에 맥주 마시면서 야구 보는 게 큰 즐거움인데 내년 시즌까지 5개월을 기다려야 합니다. ㅠㅠ

프로야구 선수들에게 한국시리즈, 월드시리즈는 1년을 결산하는 무대이자 시즌의 마지막 목표입니다. 정규 시즌 동안 흘린 땀과 부상, 슬럼프와 환호를 뒤로 하고 단 몇 경기로 자신과 팀의 실력과 가치를 증명해야 합니다. 그 간절함과 긴장감을 안고 선수들은 공 하나에, 타석마다 에너지를 집중합니다.

특히 9회말이나 연장에 들어선 마지막 타자의 홈런 또는 결승타는 짜릿함을 넘어 환희와 감동의 절정을 경험하게 합니다. 공이 담장을 넘어가는 순간 터져나오는 함성과 서로 부둥켜안은 선수들을 보면 나도 운동장에서 저들과 함께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킵니다.

하지만 환호하는 팀과 선수들을 비추는 카메라 말고 다른 카메라로 시선을 돌리면 망연자실한 눈으로 날아가는 공을 바라보는 투수가 있고 실망과 좌절로 고개를 숙인 선수들이 보입니다. 화가 난 팬들은 욕설과 함께 비난을 퍼붓고 그날 부진한 선수의 이름 앞뒤에는 온갖 동물들이 난무합니다.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연장 11회 말, 어이없는 송구 실책으로 팀이 패하고 말았습니다. 어깨를 떨군 실수한 선수에게 팀 동료들은 마운드로 몰려가 어깨를 두드리며 끌어안았습니다. 동료들의 위로는 비난이 아니라 진심 어린 격려와 품격이 담겨 있었습니다. 경기의 운명이 걸린 순간 동료가 범한 실책 앞에서 팀 선수들은 동료애를 선택한 것입니다.

굳이 무대를 필연적으로 승자와 패자로 갈리는 인간사회로 확대하지 않아도, 야구만 봐도 누군가 기뻐하며 환호할 때 누군가는 패배의 눈물을 흘리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승리한 선수들과 함께 기뻐하는 것도 좋지만 패배한 선수에게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보내는 모습도 나쁘지 않습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인간적인 품격과 연대를 잃지 않는 진정한 팬으로서의 예의 같은 겁니다.

세상은 승패로 실력이 갈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기준이라는 것이 때로는 모호하고 불완전합니다. 실력이 뛰어나다고 반드시 이기는 것도 아니고 열심히 노력한다고 원하는 걸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실력이 있어도 질 수 있고 최선을 다했지만 실패할 수 있습니다.

오늘의 승자가 다음 번엔 패배의 눈물을 흘릴 때도 있습니다. 넘어져 본 사람이 다시 일어서는 법을 배우고 고난을 겪은 사람이 인내의 진정한 가치를 깨닫습니다. 패배의 시간이야 말로 삶을 더욱 단단하게 단련시키는 담금질이자 새로운 시작을 여는 디딤돌임을 한화이글즈, 토론토 블루제이스 선수들도 잊지 마시길. ^^*

sglee640@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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