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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범의 포토에세이]...그때는 몰랐던 것들

이순곤 기자

입력 2026-06-01 08:13

[신형범의 포토에세이]...그때는 몰랐던 것들
가끔 내가 환갑이 지났다는 사실에 문득 놀랄 때가 있습니다. 내가 언제 불혹이라는 마흔을 넘기고 지천명을 지나 60대가 됐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예순 넘어 지구에 떨어진 것처럼 아직도 나는 예순둘이라는 나이에 놀라고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습니다.

돌이켜보면 내가 30대, 40대 때 환갑 지난 어른들을 보면 마흔, 쉰을 지나서 저절로 60대가 된 게 아니라 애당초 예순 살로 태어난 무슨 별종 인간처럼 생각했습니다. 단지 나이 먹었다는 이유로 아무데서나 권위를 내세우고, 외로움을 숨기려고 일부러 크게 웃고 떠들고, 가난한 과거에 원수라도 갚듯이 목젖이 보이게 입을 쩍 벌리고 밥을 먹는, 조금 우스꽝스럽고 조금은 슬픈 존재들로 인식했었습니다.

하지만 나이 들면서 새롭게 느끼는 변화가 있습니다. 예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세상의 중심이 나 자신에서 조금씩 밖으로 밀려나기 시작합니다. 나뿐만 아니라 내 주변에도 눈이 가고 갑자기 잊고 지내던 사람의 안부가 궁금해지고 작고 보잘것없는 것들이 더 안쓰럽게 느껴집니다.

젊은 시절에는 무조건 내가 가진 단점을 극복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 이건 내가 노력해서 이겨내야 하는 일일까, 아니면 일찍 포기하는 게 현명할까를 고민합니다. 예전엔 당당히 맞서 싸우는 쪽을 택했습니다. 그게 더 폼나니까요. 요즘은 극복하기보다 포기함으로써 다른 기회와 에너지를 얻을 수도 있다는 쪽으로 점점 기울어집니다. 물론 이것도 나이 들어서 주제를 아는 걸까, 아니면 비겁하고 노회한 걸까 헷갈릴 때도 있지만.

재미있는 건 그런 사실을 인정하니까 뜻밖에 마음에 편해진다는 겁니다. 내가 완벽주의자라면 늘 긴장하고 노력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약점을 솔직하게 인식하고 나면 사정이 달라집니다. 나의 단점이나 무능을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자유로워지는 것 같습니다. 인간은 강인함으로 위대함을 증명하기도 하지만 약점을 통하지 않고는 완성될 수 없다는 사실도 깨닫습니다.

나 자신이 게으르다는 걸 인정하고 그것을 전제로 일을 처리하려 합니다. 때로는 단점을 고치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목표일 수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자신에 대한 눈높이를 낮추고 그 단점 안에서 목표를 정하고 일을 처리하고 욕심 부리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70대 나이에도 늘 호기심 넘치고 정력적인 한 선배님께 어떻게 그렇게 젊게 사느냐고 비결을 물은 적 있습니다. 선배는 말합니다. “자기가 저지른 실수를 되풀이할 수 있는 사람은 늙지 않는 법이야.” 그러면서 자기 얘기가 아니라 아일랜드의 작가 오스카 와일드가 한 말이라고 덧붙입니다. 그런 맥락에서 자신을 통제하고 채찍질하기보다는 철없이 살도록 허용해주는 방향으로 마음을 너그럽게 먹는 게 좀 더 현실적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

[비욘드포스트 이순곤 기자] sglee640@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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