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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렁스’ 박성훈, 2인극의 방대한 서사 이끈 집중력

유병철 기자

입력 2026-06-15 09:05

‘렁스’ 박성훈, 2인극의 방대한 서사 이끈 집중력
[비욘드포스트 유병철 기자] ‘렁스’ 무대를 비워낼수록 박성훈의 존재는 더 선명해졌다.

공연 제작사 연극열전의 20주년 기념 9번째 작품인 연극 ‘렁스(Lungs)’는 영국 극작가 던컨 맥밀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현대 사회를 둘러싼 질문들을 남녀의 사적인 대화로 풀어낸다. 연인의 만남과 이별, 임신과 유산, 탄생과 죽음 등 두 인물의 삶을 통해 90분간 파노라마 형식으로 펼쳐진다.

극 중 박성훈은 상대에 대한 서툰 위로와 이해의 과정을 거쳐 뒤늦게 진심을 깨닫는 남자 역을 맡았다. 특별한 소품이나 시각적 효과가 없는 무대 위에서 그는 목소리와 몸짓만으로 인물의 시간을 채우며 관객들을 단숨에 극 속으로 이끌었다.

앞서 연극 ‘프라이드’, ‘히스토리 보이즈’, ‘빵야’ 등 다양한 작품을 넘나들며 차곡차곡 연기 세계를 확장해 온 박성훈. 축적된 내공은 ‘렁스’에서 인물의 변화를 설득력 있게 쌓아 올리는 힘으로 이어졌다. 그는 배우의 존재만으로 무대를 성립시키며 깊은 몰입을 만들어냈다.

2인극 특유의 방대한 대사량 속에서도 박성훈은 안정적인 호흡과 집중력으로 인물의 감정선을 유지했다. 관계의 흐름이 끊임없이 변하는 극 안에서 그는 관객이 인물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체감하도록 했다.

그중 유산이라는 상실을 마주하는 장면은 인물의 서투름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위로하고 싶지만 방법을 몰라 아무 말도 건네지 못하는 무력함, 그리고 그 안에서 함께 흔들리는 순간들이 박성훈의 연기를 통해 담담하면서도 깊게 전해졌다. 특히 후회와 미안함, 슬픔이 뒤섞인 감정의 균열이 드러나는 순간은 관객에게 짙은 여운을 남겼다.

이처럼 박성훈은 관계를 이해해가는 한 사람의 시간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며 또 하나의 인상적인 무대를 남겼다. 매 작품 새로운 결의 얼굴을 보여주는 그가 다음에는 어떤 이야기와 인물로 관객을 만나게 될지 기대를 모은다.

한편, 배우 중심의 절제된 무대와 날카로운 동시대적 문제의식, 각자의 삶으로 질문을 되돌려 보내는 힘이 돋보이는 ‘렁스’는 오는 8월 2일까지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공연된다.

[사진 제공 = ㈜연극열전]

[비욘드포스트 유병철 기자 / news@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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