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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헤레디움, 시오타 치하루 개인전 '기억의 빛 속으로' 30일 개막…대형 신작 최초 공개

입력 2026-08-28 11:11

- 내년 2월까지 헤레디움·아트사이트 소제서 진행…대전 원도심 역사 붉은 실로 엮어내
- 구 동양척식주식회사 복원 건물 등 2곳 연계 전시…철도관사 문·신발 등 활용해 관계망 시각화
- 한국전쟁 상흔 담은 영상부터 우주적 연결망 다룬 연작까지 폭넓은 작품 세계 총망라

[비욘드포스트 이봉진 기자] 세계적인 설치미술가 시오타 치하루의 대규모 개인전이 대전 원도심에서 막을 올린다.
'시오타 치하루: 기억의 빛 속으로' 전시 포스터 (사진제공=헤레디움)
'시오타 치하루: 기억의 빛 속으로' 전시 포스터 (사진제공=헤레디움)
복합문화예술공간 헤레디움(HEREDIUM)은 오는 30일부터 내년 2월 21일까지 시오타 치하루의 개인전 '기억의 빛 속으로(Chiharu Shiota: In the Light of Memory)'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1922년 건립된 구 동양척식주식회사 대전지점 건물을 복원한 '헤레디움'과 원도심의 흔적을 간직한 '아트사이트 소제' 등 두 공간을 연결해 진행된다. 공간 전체를 뒤덮는 대형 설치부터 영상, 조형, 드로잉 등 작가의 폭넓은 작품 세계를 총체적으로 조명한다.

전시의 핵심은 작가가 소제동 등 대전 일대를 직접 답사한 뒤 한국 근현대사의 기억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대형 설치 신작 'In the Light of Memory, 2026'이다.
시오타 치하루의 In the Light of Memory, 2026. (사진제공=헤레디움)
시오타 치하루의 In the Light of Memory, 2026. (사진제공=헤레디움)
전시장 안에는 소제동 옛 철도관사에서 실제 사용되던 문과 낡은 신발들이 수많은 붉은 실로 촘촘히 엮여 있다. 작가는 안과 밖을 나누는 '문'을 통해 물리적 공간의 경계를 넘어 과거의 장소와 현재를 심리적으로 연결한다.

또한, 누군가 신었던 '신발'을 통해 잊힌 사람들의 삶과 부재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며, 대전에 축적된 시간과 기억이 현재와 끊임없이 교차하는 거대한 관계망을 완성했다.

한국전쟁의 상흔을 다룬 설치 작품 'Remembering the Forgotten, 2026'도 주요 볼거리다.
시오타 치하루의 Remembering the Forgotten, 2026. (사진제공=헤레디움)
시오타 치하루의 Remembering the Forgotten, 2026. (사진제공=헤레디움)
길게 늘어뜨린 흰 실의 장막 위로 전쟁을 직접 겪은 작가 시어머니의 증언을 재해석한 영상이 빛처럼 투사된다. 작가는 개인의 기록을 단순한 과거 자료가 아닌 한 사람의 삶이 깃든 흔적으로 대하며, 개인의 고통과 상실을 우리가 함께 기억해야 할 공동의 역사로 확장해 잊혀가는 기억을 다시 마주하게 만든다.

이와 함께 평면과 입체를 넘나들며 관계성을 탐구한 주요 연작들도 전시의 깊이를 더한다.
시오타 치하루의 Connected to the Universe, 2026. (사진제공=헤레디움)
시오타 치하루의 Connected to the Universe, 2026. (사진제공=헤레디움)
'Connected to the Universe, 2026'은 수용성 왁스 파스텔과 잉크로 그린 종이 화면에 실제 실을 결합한 작품이다. 번지고 겹쳐진 유기적인 색채 위에 작은 인간의 실루엣을 그리고, 여기서 뻗어나간 실을 통해 독립된 개인의 내면이 타인은 물론 광대한 우주와 끊임없이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시오타 치하루의 Endless Line, 2024. (사진제공=헤레디움)
시오타 치하루의 Endless Line, 2024. (사진제공=헤레디움)
대형 실 설치의 공간적 언어를 평면 캔버스에 응축한 자수 연작 'Endless Line, 2024'는 하나의 가느다란 붉은 실이 무수히 교차하며 깊이와 입체감을 만들어낸다. 이는 신경망이나 뿌리 같은 유기적 구조를 형상화하며 시간과 인간 경험을 이어주는 보이지 않는 연결 고리를 뚜렷하게 제시한다.

일본 오사카 출신으로 독일 베를린에서 활동 중인 시오타 치하루는 2015년 제56회 베니스 비엔날레 일본관 대표 작가로 참여하며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기억과 부재, 삶과 죽음 등의 보편적인 감정을 공간을 가득 채우는 실을 통해 물리적으로 구현해 내는 특유의 작업 방식으로 잘 알려져 있다.

헤레디움 함선재 관장은 "시오타 치하루는 붉은 실을 통해 개인의 기억과 사람 사이의 관계, 나아가 세계를 연결해 온 작가"라며 "대전이라는 도시와 헤레디움이 품고 있는 시간 위에 새롭게 엮인 작품을 마주하는 특별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bjlee@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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