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현장에서 만난 경영자의 불편한 모습들

물론 모든 중소기업 사장이 그렇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대부분의 사장들은 누구보다 치열하게 일하고, 자신의 자산과 시간을 투자해 회사를 지켜온 사람들이다. 그러나 회사를 한 단계 더 성장시키고 직원들에게 존경받는 경영자가 되고 싶다면, 한 번쯤은 자신에게 다소 불편한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혹시 우리 회사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는 가장 큰 장애물은 직원이 아니라 나 자신은 아닐까?"
중소기업 현장에서 직원들이 자주 지적하는 '성장을 가로막는 경영자'의 모습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 회사를 온전히 '자신의 소유물'로만 여기는 태도다.
회사의 최종 책임자는 당연히 경영자다. 하지만 책임이 크다고 해서 모든 것을 직접 결정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사소한 업무까지 간섭하고 모든 보고를 요구하면서, 직원이 스스로 판단하면 "왜 나에게 묻지 않았느냐"고 다그치고, 매번 지시를 기다리면 "왜 이리 수동적이냐"고 질책한다.
이런 조직에서 직원들이 배우는 것은 주도성이 아니라 "괜히 나서지 말자"는 생존법이다. 권한은 주지 않으면서 책임만 요구하면 직원은 결코 능동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결국 모든 의사결정이 사장에게 몰리고, 사장은 "직원들이 일을 못한다"며 더 많은 일을 직접 챙기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둘째, 일관성 없는 지시와 잦은 판단 번복이다.
어제는 A가 맞다고 했다가 오늘은 B를 지시한다. 회의에서 심사숙고해 결정한 내용도 사장의 기분이나 주변 사람의 한마디에 의해 쉽게 뒤집힌다. 직원 입장에서 가장 힘든 것은 과도한 업무량이 아니라, 기준을 도무지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다.
"어차피 사장님이 또 바꿀 텐데"라는 체념이 조직에 퍼지기 시작하면 직원들은 더 이상 깊이 고민하지 않는다. 지시받은 일만 수동적으로 처리하고 책임질 만한 결정은 피하게 된다. 경영자의 일관성은 거창한 철학에서 비롯되지 않는다. 어제 한 말을 오늘도 지키고, 한 번 결정한 사안을 가볍게 뒤집지 않는 기본에서 시작된다.
셋째, 듣고 싶은 말만 듣는 '확증 편향'이다.
어떤 경영자는 자신의 의견에 반대하는 직원을 몹시 불편해한다. 정당한 문제 제기를 '불평'으로 치부하고, 이견을 내면 '조직에 대한 충성심이 부족하다'고 단정 짓는다. 그러다 보면 회사에는 어느 순간 "네, 사장님"을 외치는 예스맨만 남게 된다.
경영자에게 진정 필요한 사람은 무조건 동조하는 사람이 아니라, 경영자가 미처 보지 못하는 사각지대와 문제를 짚어주는 사람이다. 직원이 사장에게 불편한 진실을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은 조직의 약점이 아니라 건강하다는 증거다. 반대로 아무도 사장에게 반대 의견을 내지 않는 조직이 훨씬 위험하다. 사장이 현실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경로가 차단되기 때문이다.
넷째, 성과는 자신의 공으로, 실패는 직원의 탓으로 돌리는 책임 전가다.
회사가 잘되면 자신의 탁월한 경영 능력 덕분이고, 문제가 생기면 직원의 역량 부족 탓으로 돌린다. 이런 조직 환경에서 직원들은 실패를 극도로 두려워하게 된다. 새로운 시도나 혁신보다는 책임을 회피하는 방법부터 체득한다.
좋은 경영자는 '실패가 없는 조직'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다. 실패했을 때 "내 판단에는 문제가 없었는가?", "직원에게 필요한 권한과 자원을 충분히 제공했는가?"라고 먼저 자신을 돌아보는 사람이다.
다섯째, 단기적인 비용 절감에 대한 지나친 집착이다.
교육비나 시스템 구축비가 아깝고, 직원 보상마저 부담스러워한다. 눈앞의 지출을 줄이는 데만 급급하다 보면 사람과 시스템에 대한 투자는 자연스레 뒤로 밀린다. 그러나 교육 투자를 줄였다고 해서 결코 전체 비용이 감소하는 것은 아니다.
직원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관리자의 인력 관리가 실패하며, 특정 인원에게 업무가 과중되어 결국 사장이 모든 일을 떠안아야 한다면, 아꼈던 교육비는 훗날 훨씬 거대한 청구서로 돌아온다. 인재 육성을 아끼는 회사는 돈을 절약하는 것이 아니라 더 큰 손실을 미래로 미루고 있을 뿐이다.
마지막으로, "우리 회사는 작으니까 이 정도는 괜찮다"는 자기합리화다.
규모가 작으니 시스템이 없어도 되고, 노동법을 다소 어겨도 무방하며, 계약이나 안전 관리를 대충 넘겨도 된다는 안일한 생각은 치명적인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회사의 규모와 경영의 기본 준수는 별개의 문제다. 오히려 규모가 작을수록 경영자의 행동 하나가 조직 전체에 미치는 파급력은 훨씬 크다. 사장이 약속을 지키면 직원은 신뢰를 배우고, 사장이 스스로 책임을 지면 직원도 책임지는 법을 배운다. 반대로 사장이 화를 내고 책임을 회피하며 언행불일치의 모습을 보이면, 직원들 역시 그 부정적인 태도를 고스란히 학습한다. 조직문화는 경영자의 '말'이 아니라 경영자의 '행동'을 통해 빚어진다.
그러므로 훌륭한 중소기업 사장은 완벽한 사람도, 모든 것을 꿰뚫고 있는 전지전능한 사람도 아니다. 자신이 틀릴 수 있음을 솔직히 인정하고, 직원에게 합당한 권한을 부여하며, 그들의 전문성을 존중하는 사람이다. 나아가 자신의 판단이 잘못되었다면 기꺼이 책임을 지는 사람이다. 무엇보다 직원들이 자신을 두려워하기보다는 굳건히 신뢰할 수 있도록 만드는 리더십의 소유자다.
회사의 성장은 결코 매출과 이익이라는 재무적 숫자로만 완성되지 않는다. 우수한 인재가 합류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오래 머물며, 직원들이 회사의 비전을 자신의 미래와 연결 지어 생각할 때 비로소 기업은 건강하게 커나간다.
결국, 경영자가 직원에게 던지는 질문의 질(質)부터 달라져야 한다.
"왜 주인의식이 없습니까?"
"왜 책임감이 없습니까?"
"왜 시키는 일만 합니까?"
직원들을 탓하는 이 질문들을 던지기 전에, 먼저 거울 속 자신에게 물어보자.
"나는 직원들이 주인의식을 가질 수 있는 긍정적 환경을 조성하고 있는가?"
"나는 그에 걸맞은 권한을 실질적으로 부여했는가?"
"나는 반대 의견도 편안하게 수용할 수 있는 열린 경영자인가?"
"나는 직원의 성장을 단순한 비용이 아닌 가치 있는 투자로 바라보고 있는가?"
그리고 가장 뼈아프고도 중요한 질문 하나.
"우리 직원들은 나를 어떤 경영자로 기억할까?"
회사를 오래 경영했다고 해서 저절로 훌륭한 경영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매출 규모가 크다고 해서, 혹은 월급을 제때 준다고 해서 직원들의 진정한 존중을 얻어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존경받는 경영자는 직위와 권한으로 사람을 통제하는 자가 아니라, 자신의 모범적인 행동으로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함께 움직이고 싶게 만드는 사람이다.
중소기업의 성장에는 분명 자본과 기술, 시장과 전략이 모두 필요하다. 하지만 그 모든 요소의 중심이자 출발점에는 '사람'이 있다. 그리고 그 사람들에게 가장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존재는 다름 아닌 경영자 자신이다.
회사를 진정으로 변화시키고 싶다면, 직원을 개조하려 들기 전에 오늘 하루만큼은 거울 앞에 서서 스스로에게 엄중히 물어보자.
"내가 우리 회사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는 장본인은 아닌가?"
어쩌면 기업 혁신의 가장 험난한 관문은 최첨단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경영자 자신의 오래된 낡은 습관 하나를 과감히 내려놓는 일인지도 모른다.
bjlee@beyondpos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