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순위 논쟁…경기남부광역철도·경강선 연장·JTX 추진 절차에 집중해야

반도체 국가산업단지 조성과 인구 증가에 대비해 처인구의 교통망을 확충해야 한다는 데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다만 새 노선을 추가하기에 앞서 용인시가 추진해 온 경기남부광역철도와 경강선 연장, 중부권 광역급행철도(JTX) 등 기존 사업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신분당선 연장으로 서울 강남권과 처인구를 잇는 교통축을 확보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있는 반면, 사업별 우선순위와 재원 대책이 불분명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주민들은 노선 제안 자체보다 각 사업의 현재 단계와 다음 절차, 경제성과 재원 대책을 분명히 하고 실현 가능한 철도망 구축으로 이어가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신분당선 연장안, 현재는 건의·논의 단계
처인구가 지역구인 이상식 국회의원이 제안한 신분당선 처인 연장안은 판교에서 오포·모현·포곡을 거쳐 용인시청과 반도체 국가산업단지까지 약 30㎞를 잇는 구상이다. 경기도 제2차 도시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된 판교오포선을 토대로 연장하는 방안이지만 처인구까지 이어지는 구간은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되지 않았다.
이 의원은 지난달 10일 추미애 경기도지사를 만나 노선 설계용역비의 도 예산 반영을 요청했다. 이달 13일 경기도 국정감사에서도 신분당선 연장과 설계용역비 반영 필요성을 제기했다. 지난 19일에는 한영수 경기도의원이 경기도 철도정책과와 간담회를 열어 사업 여건과 용역비 반영 방안을 논의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확인된 것은 경기도에 대한 건의와 관련 부서 간 논의다. 국가철도망 반영이나 예산 확보, 설계용역 착수 등 구체적인 사업 절차에 들어간 단계는 아니다. 노선의 경제성과 사업비, 재원 분담 방안을 검토하고 국가계획에 반영하는 절차도 남아 있다.

이에따라 신분당선 처인 연장 구상을 둘러싼 용인 지역 온라인 카페에서는 사업의 필요성과 추진 순서를 두고 의견이 오가고 있다. 지난 9일 관련 게시글이 올라온 뒤 “진행 중인 사업에 집중해야 한다”, “경강선 연장과 JTX부터 챙겨야 한다”는 댓글이 이어졌다. 새 노선이 추가되면 기존 사업의 우선순위가 흐려지고 추진 동력이 분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반면 신분당선을 처인구와 반도체 국가산업단지까지 연결하면 서울 강남권과 처인구를 잇는 교통축을 마련할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산업단지 조성과 주거 수요 증가에 대비해 장기적인 대안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주민 반응 대부분은 신분당선 연장의 필요성을 검토하되 기존 사업과의 관계를 함께 살펴야 한다는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경기남부광역철도와 경강선 연장, JTX의 현재 단계와 다음 절차를 확인하고 신분당선 연장에 필요한 사업비와 재원 조달 방안도 제시해야 한다는 요구다.

이상일 시장이 앞장서 이끌고 있는 경기남부광역철도는 용인시가 우선 추진해 온 사업 가운데 하나다.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수서와 성남 판교, 용인 신봉·성복, 수원 광교를 거쳐 화성 봉담까지 50.7㎞를 잇는 노선이다. 용인·성남·수원·화성 4개 도시는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반영을 위해 공동 대응해 왔으며 공동 용역에서는 비용 대비 편익(B/C)이 1.2로 제시됐다.
이상일 시장은 4개 도시와 함께 국가계획 반영을 촉구하고 정부에 사업 필요성을 설명해 왔다. 반도체와 첨단산업이 밀집한 경기남부의 교통 수요를 연결하고 출퇴근 혼잡을 줄이려면 광역철도망 확충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국가계획 반영을 위해서는 정부와 관계기관의 검토가 남아 있다. 공동 추진의 동력을 유지하면서 이후 절차를 구체화하는 일이 사업 진척의 관건으로 꼽힌다.

경강선 연장은 경기광주역에서 에버랜드와 용인 이동 국가산업단지를 거쳐 남사까지 약 38㎞를 연결하는 일반철도 구상이다. 경기도가 2024년 발표한 철도기본계획에 본사업으로 반영했으며 용인시는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신규사업으로 반영해 달라고 건의해 왔다. 도 철도기본계획과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은 성격과 절차가 다른 만큼, 국가계획 반영이 주요 과제로 남아 있다.
JTX는 경기남부광역철도와 별개의 사업이다. 잠실에서 경기광주·용인·안성·진천을 거쳐 청주공항과 오송을 연결하는 광역철도 구상으로, 현재 민간투자사업 적격성 조사가 진행 중이다. 조사 결과와 후속 절차가 사업 추진 여부와 일정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이상일 시장은 지난 13일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경기남부광역철도와 경강선 연장 등 주요 사업의 국가계획 반영, JTX 민자적격성 조사의 신속한 진행을 요청했다. 각 사업은 노선과 기능, 추진 단계가 다른 만큼 절차별로 진행 상황을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용인시는 대규모 철도사업의 재원 마련을 위해 2030년까지 최소 5000억원에서 최대 1조원 규모의 철도기금을 조성할 계획이다. 기본계획을 수립했으며 조례 제정과 시의회 심의·의결을 거쳐 내년 하반기부터 기금을 적립·운용한다는 계획이다. 재원은 반도체 산업 성장에 따른 지방세수 증가분과 기금 운용 이자 등을 활용할 예정이다.
시가 추계한 향후 철도사업 관련 시비 부담액은 약 1조9450억원이다. 추진 중인 사업에 1743억원, 신규 광역·도시철도 사업에 1조1899억원, 용인경전철 차량·시스템 교체에 5808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부담액은 사업 진행 상황과 재원 분담 비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철도사업은 노선 제안만으로 추진되지 않는다. 국가계획 반영과 경제성 검토, 사업비 산정, 재원 분담, 관계기관 협의 등을 거쳐야 한다. 새 노선을 제안할 때는 기존 계획과의 연계성, 예상 비용과 추진 절차를 함께 설명해야 주민들이 실현 가능성을 판단할 수 있다.
◇“새 노선보다 기존안의 실행 일정부터”
반도체 국가산업단지의 성공과 시민 교통 편의를 위해 용인 철도망을 확충해야 한다는 데에는 큰 이견이 없다. 쟁점은 어떤 노선을 우선 추진하고, 사업에 필요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느냐다. 신규 노선 제안도 검토할 수 있지만 기존 계획과의 연계성, 경제성, 수요와 재원 확보 방안부터 따져야 한다. 제안 경쟁으로 기존 사업의 일정과 재원 마련이 흐려지면 시민이 체감할 철도망 구축은 늦어질 수 있다.
용인시는 경기남부광역철도와 경강선 연장, JTX 등 사업별 진행 상황과 다음 절차, 국가계획 반영 필요성과 재원 규모를 시민에게 구체적으로 알려야 한다. 관계기관과의 협의를 이어가며 사업별 우선순위와 실행 일정을 분명히 하는 것도 필요하다.
지역사회가 힘을 모아야 할 일은 새 노선의 이름을 더하는 데 그치지 말고 각 사업의 가능성과 절차를 살펴 실행 순서를 정하고 기존 계획의 추진력을 높이는 일이다. 신규 제안은 경제성과 재원, 기존 사업에 미칠 영향을 객관적으로 검토해 조정해야 한다. 철저한 검토와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뒷받침될 때 용인의 미래 교통망도 현실에 한 걸음 가까워질 수 있다.
송인호 기자 sih31@beyondpos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