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기까지는 어디서 많이 본 듯한 클리셰. 하지만 술기운이 사라지자 쿨한 척하는 것도 참으로 도른자들 다웠다.
암막 커튼, 아침 해장, 방울토마토, 설거지와 관리비까지, 아무렇지 않은척 하기 위해 아무리봐도 연결이 안되는 아무말 대잔치가 이어졌고, 그렇게 헤어진 뒤엔 아무렇지 않지 않았던 속마음이 튀어나왔다.
진주는 사자후를 토해냈고, 범수는 창문을 열어 뛰어내릴 뻔했다.
물론 술집이 마감이어도, 밤이 깊어져도 전혀 놀라지 않는 진주와 범수도 있었다.
진주가 환동의 등장으로 협업을 엎어버렸지만, 그럼에도 범수는 그녀의 대본이 아쉽다고 느꼈고, 진주가 빈둥빈둥 뒹굴고 있던 집을 찾아간 것.
대화와 설득만 하려던 것이 술로 이어졌고, 가게 마감 시간이 되자 범수는 "집으로 가자! 방술이 편해!"를 외쳤다.
그 결과, 햇살이 따사롭게 비추는 한 침대에서 눈이 마주치는 아주 흔한 그림이 그려졌다.
최대한 당황하지 않은 척 아침 해장까지 함께 했지만, 진주는 범수의 집을 나오자마자 내달리며 사자후를 토해냈다.
범수 역시 창문을 열고 뛰어내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거 죽기 딱 싫은 날씨"가 그를 막았지만. 도른자 커플은 이렇게 또 흑역사를 적립하고 말았다.
진주의 대본이 마음에 들었던 범수는 진주의 집을 찾아왔고 함께 술을 마시며 진주를 계속해서 설득했다.
진주와 범수의 인연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술을 먹고 범수의 방에서 함께 아침을 맞이한 것.
아무렇지 않게 아침까지 차려먹고 집을 나서는 진주의 모습은 앞으로 펼쳐질 스토리에 대한 호기심을 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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