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사실을 안 후 녹음실로 온 그는 ‘우리가 처음 만났던 때’를 부르는 김이경(이설)의 노래를 들으며 눈물을 글썽였다.
노래를 채 듣지 않고 멈춘 그는 “그만, (...) 너 왜 이렇게 재수가 없냐, 나까지 재수가 없을려고 그런다”라는 심한 말을 남긴 채, 자리를 피했다.
자신이 김이경(이설)에게 저지른 잘못을 솔직하게 고백하고 이 악연의 매듭을 잘라낼 수 있게 될까.
며칠을 지하 작업실에서 은둔하던 하립은 직접 악마를 찾아가 “일부러 그 아이의 노래를 훔쳐서 내 앞에 데려다 놨냐”며 따졌지만, 악마는 “그대가 훔친 게 그 애의 악상뿐인가. 다른 사람의 것은 모르는 사람이니 상관없나. 그 애가 이제 그대 앞에 서 있으니 잘난 죄의식, 알량한 양심이 고개를 쳐드는가. 그게 나의 잘못인가”라며 차갑게 답했다.
하립은 사람 양심에 대해서 함부로 얘기하지 말라며 분노했지만, 악마가 한 모든 얘기는 사실이었다.
jbd@beyondpo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