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이 회장이 서울중부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증여세 등 부과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로써 이 회장은 증여세·양도소득세·종합소득세 등 약 1674억원의 세금 중 증여세인 1562억원을 내지 않아도 된다.
이 회장은 1990년 중후반 조세회피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SPC를 설립하고 주식을 사고 팔아 세금을 회피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서울중부세무서는 2013년 9~11월 SPC가 취득한 주식이 사실상 이 회장의 소유라고 보고 증여세 등 총 2614억원의 세금을 부과했다.
실제 소유자와 명의자가 다를 때 명의자가 소유자로부터 재산을 증여받은 것으로 보고 과세하도록 한 ‘명의신탁재산의 증여의제’ 규정을 적용한 것이다.
이 회장은 세금 부과가 부당하다며 조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했고 조세심판원은 형사사건에서 무죄로 인정된 부분 등 940억원의 세금을 취소하라고 결정했다.
이 회장이 부과 처분 취소소송을 낸 세금은 세무당국이 부과한 세금 중 조세심판원이 취소 결정한 940억원을 뺀 나머지다.
1심은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을 적용한 것이 잘못이 없다고 세무당국의 손을 들어줬지만, 2심은 증여세 부과를 취소했다.
재판부는 규정을 적용하려면 특수목적법인이 증여세 회피 목적으로 설립됐다는 점을 과세당국이 입증해야 하는데 그 증거가 부족하다고 봤다. 조세회피처에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하는 것 자체는 합법인만큼 명의신탁 의제 규정은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 사건에 명의신탁 의제 규정을 적용해 과세하면 조세회피처의 대부분 1인 주주 회사가 의제 과세 대상이 돼 조세법률주의에 반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다만 SPC의 주식거래가 이 회장의 뜻에 따라 결정됐고, 개인용도를 위해 출금된 점 등에서 이 회장이 양도소득세와 종합소득세는 내야 한다고 봤다. 특수목적법인의 자산을 이 회장 소유라고 보지는 않았지만 법인의 주식 거래로 생긴 소득은 이 회장 개인을 위해 사용됐기 때문에 이 회장의 '소득'으로 봐야 한다는 취지다.
이 회장과 세무당국 모두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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