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션 헤이더(45) 감독이 연출한 ‘코다’는 28일 오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시어터에서 열린 제94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주요 상인 작품상을 비롯해 각색상과 남우조연상을 품에 안았다. 무려 8개 작품이 경쟁한 작품상 부문에서 ‘코다’는 플랫폼의 핸디캡을 딛고 오스카 역사상 처음으로 트로피를 따낸 OTT 콘텐츠가 됐다.
‘코다’의 성공으로 OTT 시장은 다시 한 번 큰 변화를 맞을 전망이다. 코로나 여파로 OTT 시장이 활성화된 후에도 아카데미는 극장에서 상영된 영화에 주요 상을 줬는데 ‘코다’가 이런 보이지 않는 공식을 깼기 때문이다. 작품성만 있다면 OTT 콘텐츠에도 문을 열겠다는 아카데미의 생각 변화는 넷플릭스 영화 ‘파워 오드 도그’의 감독상 수상에서도 확인됐다.
그간 넷플릭스나 애플TV, 디즈니플러스, 아마존 등 OTT 진영이 작품성 있는 영화를 선보이지 않은 것은 아니다. 다만 시장을 선점한 넷플릭스를 뛰어넘기 위해 후발주자들은 막대한 자금을 쏟아 스타캐스팅을 앞세운 자극적·선정적 콘텐츠 만들기에 주력한 것이 사실이다.
OTT 콘텐츠를 배척하다 코로나 장기화로 결국 입장을 바꾼 칸과 베니스, 베를린 등 세계 3대 영화제처럼 아카데미 역시 뚜렷한 변화를 맞았다. 관객이 영화를 더 이상 극장에서 소비할 수 없는 상황이 OTT 시장 활성화와 맞물리면서 거장이 빚어내는 대작 콘텐츠들이 점차 극장이 아닌 OTT 플랫폼으로 몰리는 상황이다.
이번 ‘코다’의 오스카 3관왕을 계기로 OTT 진영의 작품성 있는 콘텐츠 경쟁은 더 뜨거워질 것이 틀림없다. 좋은 작품이 있다면 누구든 먼저 얼마든 지갑을 열려 할 것이다. 지난해 1월 신인 감독 등용문 선댄스영화제에서 대상 및 관객상 등 최다 4관왕을 차지한 ‘코다’를 눈여겨본 애플은 영화제 사상 최고가인 약 250억원을 주고 ‘코다’의 배급권을 따냈다. 좋은 작품만 얻을 수 있다면 이보다 더한 돈을 낼 OTT 플랫폼이 얼마든 있다.
이런 분위기는 연출자 등 제작자나 배우들에게도 반가운 소식이다. ‘코다’로 남우조연상을 들어 올린 시각장애 연기자 겸 연출자 트로이 코처(53)는 “‘코다’는 전 세계에서 볼 수 있다”는 한 마디로 OTT 콘텐츠의 장점을 피력했다.
이미 아카데미 주요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는 넷플릭스를 비롯해 디즈니나 아마존 등도 오스카를 시야에 넣은 좋은 영화 제작에 힘을 쓸 것은 자명하다. 거장과 좋은 작가, 촬영 전문가, 배우들의 몸값은 더욱 올라갈 것이고, OTT 시장의 판 자체가 더 커질 가능성도 충분하다. 반대로 3년차에 접어든 코로나에 OTT에 잠식당한 영화관이라는 시장은 한층 축소될 가능성이 그만큼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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