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
ad
ad

logo

ad
ad

HOME  >  오피니언

[신형범의 千글자]...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입력 2025-09-25 08:11

[신형범의 千글자]...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올 여름 비가 오락가락하는 경우가 하도 많아서 우산을 들고 외출했다가 하루 종일 성가셨던 기억이 많습니다. 비가 오든 안 오든, 내가 우산을 쓰든 안 쓰든 이미 집에서 우산을 들고 나온 사실은 바뀌지 않습니다. 이처럼 이미 일어난 일, 지불된 비용, 그래서 내가 지금 무엇을 하든 달라지지 않는 비용을 경영학에서는 매몰비용sunk cost이라고 합니다.

학자들은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위해서 이런 매몰비용은 논의 과정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충고합니다. 내가 지금 걸어 다니면서 우산을 펴서 쓰고 있는 것과 접어서 들고 다니는 것, 그리고 아예 조그맣게 접어서 가방에 넣어두는 것 중에서 어느 게 제일 편한지만 따지면 된다는 얘기입니다.

우산을 들고 나온 수고가 억울해서 비도 안 오는데 쓰고 다니는 건 분명 바보 같은 짓입니다. ‘누가 그걸 모르냐’며 펄쩍 뛰겠지만 의외로 이런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비 오는 날의 우산’과 동일한 구조를 가진 경제문제에서 실제로 이런 어리석은 판단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뜻입니다.

매몰비용에 미련을 갖는 사람들은 보통 이렇게 말합니다. “지금까지 들인 돈이 얼만데…” 이게 바로 판단오류의 출발점입니다. ‘지금까지 들인 돈’은 사실 다 매몰비용입니다. 지금 결정을 바꾼다고 해서 이미 들여놓은 집기나 시설, 장비 같은 것들은 돈으로 바꿀 수 없습니다.

옵션을 선택할 때 지금까지 지출한 금액에 변화가 생기느냐 아니냐, 이게 핵심입니다. 지금 어떤 선택을 하든 이미 지출된 금액에 변화가 없다면 그게 바로 매몰비용입니다. 예로 식당을 운영한다고 하면 요즘 직장문화가 바뀌면서 회식이나 저녁외식이 줄었습니다. 따라서 영업시간을 단축하거나 저녁장사를 포기하는 식당이 늘고 있습니다. 점심장사만 할지, 저녁까지 문을 열지 고민이라면 우선 지출 비용을 따져봐야 합니다. 비용은 성격에 따라 변동비와 고정비로 나눌 수 있습니다. 변동비용은 영업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달라지는 비용, 즉 식재료비 인건비 전기료 수도요금 등입니다. 반면 월세나 식당을 열 때 들어간 비용은 저녁영업을 하든 안 하든 똑같이 나가는 고정 비용입니다.

저녁장사를 할지 말지를 판단할 때 고정비는 빼고 생각해야 합니다. 저녁영업으로 추가로 얻어지는 매출이 저녁영업 때문에 늘어나는 변동비보다 크면 영업하는 게 낫습니다. 저녁의 추가 매출과 추가 비용만 서로 비교하면 된다는 뜻입니다.

무슨 사업이든 처음부터 완벽하게 준비해서 투자에 따른 성과나 이익이 계획대로 착착 나오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특히 불확실성이 큰 환경에서는 사업을 계속할지 말지를 고민하기 마련입니다. 이럴 때 지금까지 들인 돈 중에서 어떤 비용이 매몰비용인지 어떤 비용이 회수가 가능한지 냉정하게 따져야 합니다. 매몰비용이라면 미련 없이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두는 게 맞습니다. ^^*

sglee640@beyondpost.co.kr

<저작권자 © 비욘드포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