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공연예술, 세계 무대 중심에 서다...1998년 이후 28년 만의 쾌거

이번 선정은 아시아 언어권 최초이자, 단일 국가 언어로는 유일한 사례로, 한국 공연예술의 국제적 위상을 가늠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성과로 볼 수 있다.
아비뇽 페스티벌은 1947년 연출가이자 배우인 장 빌라르(Jean Vilar)의 주도로 시작된 유럽 최대 규모의 공연예술 축제로, 매년 7월 프랑스 아비뇽 구시가지 전역에서 연극, 무용, 음악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선보인다.
최근에는 문학, 미술, 영상예술 등으로 장르적 범위를 확장하며 종합 예술 축제로 발돋움했다. 매년 10만 명 이상이 방문하며, 이곳에서 소개된 작품은 국제 투어 또는 공동제작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예술가들에게는 글로벌 무대 진출의 관문으로 평가받는다.
예경은 이번 한국어 초청언어 프로그램의 공식 파트너 기관으로 아비뇽 페스티벌과 협약을 체결했으며, 2026년 아비뇽 페스티벌을 계기로 한국 공연예술의 다양한 면모를 조망하는 공동 기획을 준비 중이다.
또한 한국 연극·무용·퍼포먼스 작품의 공식 초청, 문학·영화·시각예술 분야의 협업, 예술가 토크와 문화 포럼, ‘한국어’ 정체성을 주제로 한 한국관 운영 등을 통해 한국 예술의 해외시장 확대를 도모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아비뇽 페스티벌의 핵심 무대인 ‘공식초청 프로그램(IN)’에 한국 작품이 다수 초청된다는 점이다. 이는 자율 참여가 가능한 ‘오프(OFF)‘ 프로그램과 달리, 축제 측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 예술적 완성도와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작품만이 오를 수 있는 공식 프로그램이다.
한국 작품이 아비뇽 페스티벌 공식 프로그램에 초청된 것은 1998년 ‘아시아의 열망(Désir d’Asie)’ 프로젝트 이후 약 28년 만이다. 이번 ‘한국어 초청언어’를 계기로, 아비뇽 페스티벌의 공식 프로그램에 한국 작품이 다수 초청되면서, 한국 공연예술의 독창성과 세계성을 다시금 세계 무대에 각인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결정은 2023년 10월 티아고 호드리게즈 예술감독이 한국을 방문한 데서 출발했다. 그는 예경이 주최·주관한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를 찾아 다양한 한국 예술가들과 작품을 직접 접하며 한국 동시대 예술의 실험성과 깊이에 큰 인상을 받았다.
이후 아비뇽 페스티벌과 SPAF는 긴밀한 협력 관계를 이어왔으며, 2024년에는 신진 예술가들의 공동창작 및 축제에서의 발표 기회를 지원하는 ‘트랜스미션 임파서블(Transmission Impossible)’ 프로젝트를 공동 추진했다. 또한 호드리게즈가 연출 및 출연한 작품 <바이 하트(By Heart)>가 SPAF 무대에 오르며 한국 관객과의 접점을 넓혔다. 이러한 교류를 바탕으로 2026년 ‘한국어 초청언어’ 프로그램이 양 축제와 기관 간 본격 추진되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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