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범의 千글자]...변절? 기회주의? 후안무치!](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507230759370878446a9e4dd7f220867377.jpg&nmt=30)
‘계엄 불가피론’을 옹호하며 당시 야당의 행보를 ‘폭거’로 규정한 것은 단순히 학문적 분석이라기보다 강한 정치적 메시지로 보입니다. 윤석열식 정치에 열렬한 지지를 보내고 민주당과 이재명에 대해서는 격한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심지어 당시 이재명 후보에 대해 “대통령이 된다면 강력한 공포의 전체주의적이고 독선적인 정권이 될 것”이라고 비난했습니다.
그러던 자가 ‘말빨’ 센 한 보수주의자의 추천으로 국민통합비서관에 임명되자 입장을 완전히 바꾼 것입니다. “계엄으로 고통을 겪으신 국민께 제가 펴낸 책의 내용과 표현으로 깊은 상처를 드렸다”는 입장문을 내고 “대통령의 뜻을 받들어 국민통합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내가 화나는 대목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그간의 언동을 보면 그는 뼛속까지 ‘친윤’에다 반민주적 가치관을 가진 자입니다. 그렇다면 현 정권이 어떠한 자리에 임명하더라도 거절하는 게 맞습니다. 신념과 철학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양심 있는 사람이라면 덥석 자리를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그런데 자리가 탐이 나서 정치적 입장과 현실을 바라보는 관점, 세계관이 다른 정부 밑에서 일하겠다며 소신을 내팽개쳐버린 것입니다.
사람이니까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리가 그렇게 탐났더라도 신념은 지켜야 했었습니다. 자기 생각이 잘못됐다고 비굴하게 사과하고 굽힐 게 아니라 “현 정부와 대통령이 추구하는 가치가 나와는 다르지만 ‘국민 통합’ 차원에서 생각이 다른 사람의 의견까지 들으려는 뜻으로 이해한다. 정부정책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견제하고 균형을 잡는 데 노력하겠다.”고 했다면 인정하겠습니다.
그런데 이 자는 자리를 거절하지도 않았고 소신과 자기 신념을 그렇게나 쉽게 버리고 얍삽하게 반대편에 서겠다고 선언한 것입니다. 이쯤 되면 학자가 아니라 ‘정치적 출세주의자(?)’로 봐야겠지요. 정치를 흔히 살아 있는 생물에 비유합니다. 사람에 따라 시대에 따라 그리고 상황에 따라 수시로 변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에 따라 사람의 생각도 바뀔 수는 있습니다. 그렇더라도 생각의 바탕이 되는 철학, 원칙, 가치까지 바뀌는 건 아닙니다.
백 번 양보해서 정치적 입장 변화를 문제삼지 않더라도 정직한 반성에 기초한 신념이 바뀐 것인지 아니면 자리 얻고 출세하기 위해 자기 생각을 버린 결과인지 따져볼 필요는 있습니다. 사람은 말이 아니라 행동과 삶에서 보이는 일관성으로 평가됩니다. 이념, 세대, 성별, 계층이 갈갈이 쪼개진 국민들을 보듬고 통합하는 데 얄팍한 술수만 가진 사람은 결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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