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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연화 개인전 ‘파동의 수피’, 아트벙커 B39에서 개최

황상욱 기자

입력 2025-08-04 11:11

산호처럼 변화하며 퇴적되고, 물처럼 흐르는 감각의 풍경을 펼치다

허연화, 〈파동의 수피〉, 2025, 캔버스에 아크릴릭, 582 × 260 cm
허연화, 〈파동의 수피〉, 2025, 캔버스에 아크릴릭, 582 × 260 cm
[비욘드포스트 황상욱 기자] 조각과 평면을 넘나드는 설치 작업을 통해 유기적인 세계의 구조를 탐구해온 허연화 작가의 개인전 ‘파동의 수피’가 오는 8월 9일까지, 경기도 부천의 아트벙커 B39에서 개최된다. 월요일은 휴관이며 관람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경기도, 경기문화재단, 부천시, 부천문화재단이 후원했다.

전시 제목인 ‘수피’는 나무껍질이나 동물의 가죽처럼 생명을 감싸는 가장 바깥의 층을 의미한다. 허연화는 다양한 재료들이 퇴적되고 얽히며 드러나는 세계의 경계와 표면을 시각화한다. 물처럼 고정되지 않고 끊임없이 흐르는 감각, 그리고 서로 다른 성질의 물질들이 만나는 접점을 조형 언어로 풀어내며, ‘파동의 수피’는 작가의 대표적 키워드인 ‘퇴적’, ‘연결’, ‘순환’을 하나의 풍경 안에 응축시킨다.

이번 전시의 중심에는 산호초의 생태적 구축 방식이 놓여 있다. 산호는 동물이면서도 다양한 생명체에게 집과 안식처가 되어주는 공간의 성격을 가진다. 자연적으로 생겨나는 방식 이외에 환경을 위한 실천으로 인공 구조물 위에서 자라나기도 한다. 이러한 산호의 유기적이고도 비선형적인 성장 방식은 인간과 자연, 인공과 생명의 얽힘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모티프로 기능한다. 허연화는 이를 작업의 구조에 끌어들여, 변화와 축적의 층위를 조형적으로 실험한다.

전시에 포함된 회화 작업은 시간차를 두고 쌓인 레이어로 구성되며, 물의 흐름과 감각을 시각화한다. 과거 신체 형상의 조각의 토대 위에 다양한 인공 재료들이 뒤섞인 작업을 포함해 산호를 나타내는 테라코타 조각 작업들이 함께 놓인다.

허연화의 작업은 단순히 자연을 재현하거나 비유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인공, 실재와 비실재, 유기체와 구조물 사이의 관계를 다시 사유하는 조형적 실천이다. 작가는 전시를 통해 퇴적과 순환, 생명 간의 연결에 관한 감각을 드러내며 오늘날의 복잡하고 얽힌 세계 안에서 새로운 감각의 지형을 펼쳐 보인다.

황상욱 기자 eyes@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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