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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범의 千글자]...생각의 외주화

입력 2025-11-25 08:22

[신형범의 千글자]...생각의 외주화
이제 사람들은 생각을 안 해도 살 수 있게 됐습니다. 생성형 인공지능이 일상 깊숙이 들어오자 사람들은 질문하기 전에 먼저 검색하고 고민하기 전에 AI에게 묻습니다. 식사 준비를 할 때 냉장고 있는 식재료를 꺼내 사진을 찍은 후 AI에게 물어보면 가능한 요리를 추천해 줍니다. 여행계획을 짜고 연애상담을 하고 진로적성 검사 같은 것도 별다른 수고 없이 앉은 자리에서 척척 해냅니다. 그렇다고 결과물이 허접하지도 않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은 것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습니다.

업무 영역으로 넘어오면 AI 의존도는 더 높아집니다. 사업계획을 세우고 문서나 디자인 초안을 만드는 것까지 AI 도움 없이는 일을 못 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회사에서 데이터 분석, 외국어 문서 번역, 의학 법률 세금 같은 전문지식이 필요할 땐 AI챗봇에게 물어보고 답을 얻는 데 그치지 않고 향후 대처 방안까지 조언을 구합니다.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하나둘 정보를 모아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던 소위 ‘맨땅에 헤딩’하는 건 이제 옛말이 돼버렸습니다. 무엇을 하든지 먼저 AI에 물어보고 나서 브레인스토밍을 시작합니다. 실제로 국내 기업들이 업무에 생성형AI를 활용하는 비율이 52%나 된다는 조사도 있습니다.
AI가 바꾼 업무환경의 대표적인 예가 회의입니다. 막내 또는 담당 직원이 회의 내용을 노트북으로 정리하고 요약해서 보고하는 관행이 사라졌습니다. 대신 AI가 회의 때 오간 말들의 음성을 인식해 회의록을 정리한 다음 텍스트로 바꿔 요약, 공유합니다. 또 워드로 된 문서로 된 파일을 AI에 주면 발표용 PPT자료를 만들어줍니다.

AI의 생산성이 빠르고 정확하며 효율이 높아지면서 AI 없이는 업무를 할 수 없다는 사람이 늘고 있습니다. 책 한 권 번역하는 데 30분, 직접 코딩하면 2시간 걸리는 작업을 AI에 맡기면 1분 안에 해냅니다. 그러니 AI가 멈추면 사람도 일을 멈추고 쉬는 게 효율성 측면에서 낫다고 합니다. 이제 인간은 생각을 안 해도 되는 세상이 된 것입니다. ‘생각을 외주화’하면 되니까요.


그런데 인간이 생각을 안 하게 되면 어떤 세상이 펼쳐질까요. 생각하지 않고 편리한 방법을 선택할수록 인간은 사고하는 근육을 잃게 됩니다. 정보를 판단하는 능력은 흐려지고 생각의 깊이는 얕아집니다. 교육은 탐구가 아니라 AI에게 묻는 법을 가르치게 될 지도 모릅니다. 의견은 점점 균질해지고 철학은 효용성에 밀려 사라지며 창의성과 비판적 사고는 유물처럼 취급됩니다. 그러다 결국 사고하는 능력 자체를 잃어버리는 날이 오게 됩니다.

이런 디스토피아를 막기 위해 인간은 지금부터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사람은 당연히 있겠지만 답을 찾아낸 사람은 아직 없는 것 같습니다. 다만, 이럴 때 질문이 중요해 보입니다. 답을 찾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질문이며 좋은 질문은 스스로 사유할 때만 나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간(생각)은 느리고 불완전한 존재입니다. 불완전함의 가치를 인정하고 이를 보완하기 위한 과정에서 인간은 성숙합니다. 지식이 아니라 사유하는 태도, 생각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중요해 보입니다. ^^*

sglee640@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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