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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범의 千글자]...권력의 속성

입력 2026-04-15 08:15

[신형범의 千글자]...권력의 속성
1940년 영국 총리로 임명된 윈스턴 처칠은 첫날 소감을 이렇게 적었습니다. “새벽 세 시, 잠자리에 드는 순간 안도감을 느꼈다. 마침내 나는 누구에게나 지시를 내릴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됐다. … 나는 푹 잘 수 있었고 아침이 빨리 오기를 기다렸다. 어떤 꿈도 필요하지 않았다. 현실이 꿈보다 나았기 때문이다.”

독일 심리학자 카르스텐 C. 셰르물리의 신간 《권력중독》에 있는 내용입니다. 오늘 글은 책의 인상적인 대목을 발췌, 요약한 감상문 같은 겁니다. 처칠은 권력의 본질을 솔직하게 밝혔습니다. 실제로 권력은 인간에게 강한 행복감을 주는 것으로 확인됩니다. 더 높은 권력의 위치에 오를수록 사람은 열정과 활력, 자신감 같은 긍정적인 감정을 자주 경험하고 수치심이나 걱정 같은 부정적인 감정은 덜 느낍니다. 처칠이 말한 지시를 내릴 수 있는 권한은 자신의 삶과 세상을 통제하고 있다는 자기주도성 효능감을 강화합니다.

권력은 또 뇌의 특정 부위를 자극합니다. 도파민 분비가 폭발하면서 권력 경험 자체가 강력한 쾌락으로 작동합니다. 따라서 한번 권력의 감정을 경험하면 이전 상태로 돌아가기 어렵습니다. 도파민 분비의 황홀한 느낌을 끊을 수 없어서 스스로 자리에서 내려오기가 매우 힘들기 때문입니다.

부작용도 있습니다. 권력을 쥐면 연민과 공감능력을 잃을 가능성이 큽니다. 타인을 고정관념화하고 대상화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예를 들어 ‘노인들은 짜증나’ ‘젊은이들은 이기적이고 버릇없어’ 같은 단순 도식화가 대표적입니다. 고정관념은 사고를 단순화하는 인지전략입니다. 오류의 가능성은 있지만 생각을 쉽고 빠르게 할 수 있습니다. 권력자는 굳이 타인을 개별적인 존재로 세심하게 인식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이런 고정관념을 적극 활용합니다. 반면 권력이 없는 사람은 반대의 속성을 갖습니다. 권력자를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합니다. 대인관계에서 잘못된 판단 하나가 미래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권력이 약한 위치일수록 타인에 대한 관찰은 더 세심해집니다.

권력과 특권은 공감의 상실이라는 대가를 요구합니다. 심지어 자신이 권력을 갖고 있다는 상상만으로도 공감능력은 눈에 띄게 감소합니다. 따라서 권력자는 타인에 대한 감각보다 자신의 내부 감각에 훨씬 예민하게 반응합니다. 공감능력이 떨어지니 행동은 무신경하고 거칠어집니다. 사소한 일에도 분노를 거침없이 표출하고 무례도 서슴지 않습니다. 권력이 행동의 억제력을 무너뜨리는 겁니다. 어떤 사람을 진짜 알고 싶으면 그에게 권력을 쥐여주면 된다는 말이 근거가 있는 이유입니다.

그러면 여기서 질문 하나. 나쁜 사람이 권력자가 되는 건가요 아니면 권력을 쥐게 되면 나쁜 사람이 되는 건가요? 실제 연구결과는 냉혹함이나 공격성 과도한 우월감과 권력획득 사이에는 특별한 상관관계 없다고 합니다. 반면 외향성 성실성 개방성은 리더십을 얻는 데 확실히 유리합니다. 결론은 못된 사람이 권력자가 되는 게 아니라 권력을 갖게 되면 못되질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권력이 인간의 심리와 신경체계를 바꾸며 그 과정에서 공감은 줄어들고 자기중심성은 강화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권력을 정치인이나 조직의 리더 문제로만 인식합니다. 하지만 권력과 위계서열 같은 개념은 일상에도 존재합니다. 두 사람만 만나도 위계와 권력이 발생하는 게 인간사회입니다. 부부, 부모자식, 친구 사이에도 미묘한 위계와 권력이 작동합니다. 권력은 뇌로 하여금 기분이 좋아지게 만들기 때문에 원하는 방식과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권력을 추구하는 건 인간의 본능입니다. 그 본능을 인정하는 순간 권력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의 문제가 됩니다. 일상에서 우리가 권력을 성숙하게 다뤄야 하는 이유입니다. ^^*

sglee640@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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