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에 상장된 30개 반도체 종목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지난 4~5월 중 70% 가까이 상승률을 기록했다.
마이크론은 올해 들어 3배 폭등했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주가 상승률도 각 각 164%, 258%에 달했다.
삼성전자가 한국 기업 최초로 지난 6일 시총 1조 달러(약 1조5000억원) 클럽에 등극한 데 이어 마이크론과 SK하이닉스도 지난 26일과 27일 각각 시총 1조 달러 클럽에 가입했다.
거품 논란은 이 같은 메모리 수요 폭증이 AI 혁명에 따른 구조적 변화를 반영한 것이냐 아니냐를 두고 이뤄지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지적했다.
반도체 업종 중에서도 메모리 반도체 업종이 유례없는 수요 폭증으로 업종 전반의 강세를 주도했다.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데이터센터 운영기업)의 천문학적인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이어지는 가운데 메모리 수요 급증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데는 전문가 사이에 큰 이견이 없지만, 일부 투자자들은 최근 나타난 메모리 반도체 업종의 이례적인 실적 증가가 장기간 지속될 것이란 데 회의적인 눈길을 보내고 있다.
리버웰스 어드바이저의 에드 오고먼 최고경영자(CEO)는 "현시점에서 진입한다고 하더라도 추가 상승을 기대할 수는 있겠지만, 반도체 업종의 변동성이 얼마나 심한지, 훌륭해 보였던 것들이 하루아침에 얼마나 급변할 수 있는지에 관한 생각을 떨칠 수 없다"라고 신중함을 내비쳤다.
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호황과 불황 간 업황 변동 폭이 크기로 악명 높은 전형적인 사이클이 심한 대표적 업종이다.
마이크론은 팬데믹 시기 디지털 장비 수요 급증 특수를 누리면서 2022년 연간 순익이 87억 달러에 달한 바 있다. 그러나 이듬해 심각한 메모리 공급 과잉으로 이어지면서 2023년에는 58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은 향후 실적 전망을 기반으로 산출한 주가이익비율(PER)로 주가를 평가하는 데 신중한 자세를 가져왔다.
현재 마이크론의 12개월 선행 주가이익비율은 10배 언저리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 평균 주가이익비율(27배)에 견줘 매우 낮은 것처럼 보이지만, 이 같은 낮은 밸류에이션(평가가치)은 현재의 호황이 지속된다는 가정에 기반한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실제로 투자자들은 장밋빛 실적 전망에 밸류에이션이 저렴해 보여 투자했다가 업황이 곤두박질치면서 주가가 급락해 큰 낭패를 보는 사례를 과거에 반복적으로 겪어왔다.
상장지수펀드(ETF) 운용사인 스파크라인 캐피털의 카이 우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반도체 업종의 이익 정점은 사후적으로만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거품 논란의) 핵심은 AI 인프라 구축이 어느 정도까지 지속될지에 달려있다"며 "투자가 지속된다면 반도체는 아마 계속 좋은 성과를 내겠지만, 우리가 너무 앞서 나가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반도체 업종에 대한 기존의 가치평가 방정식은 AI 시대에 접어들어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이 커지면서 바뀌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소개했다.

HBM은 제조 난이도가 높고 수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메모리 제조사들이 HBM 생산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다른 메모리 반도체의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메모리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장기공급계약(LTA)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업황 진폭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앞서 UBS는 최근 마이크론의 목표주가를 대폭 상향하면서 "시장이 마이크론 주식에 좀 더 '정상적인'(normal) 밸류에이션 배수를 부여하기 시작할 것으로 보이며, AI가 메모리 산업 전반에 가져온 구조적 변화의 세부 내용이 구체화할수록 마이크론에 대한 재평가(re-rate)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폴라 캐피털의 조리 노데카에르 글로벌 신흥·아시아시장 부문 대표는 "나는 (닷컴버블 때 유행했던) '이번에는 완전히 다르다'라고 말하는 진영에 속하지는 않지만, '더 오래 높게' 진영에 확고히 속한다고 생각한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HBM으로의 진화로 공급 측면에 의미 있는 변화가 일어났고, 수요 측면도 견고하게 남아 있다"며 "또한 장기공급계약 구조의 등장으로 둔화 국면에서 업황 진동 폭을 줄이고 생산 및 가격 관리가 개선되는 시나리오가 전개될 것이라고 본다"라고 분석했다.
아마존, 메타,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등 4대 하이퍼스케일러는 올해 최대 7천250억 달러를 AI 인프라를 중심으로 한 설비투자에 쏟아부을 예정이라고 밝힌 상태다. AI 인프라 투자가 '군비 경쟁' 양상을 띠면서 내년에는 투자 규모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리버웰스 어드바이저의 오고먼 CEO는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큰 부침을 겪어왔다는 점을 지적하며 "자본지출이 절대 수준은 증가한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정체기를 향하고 있어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성구 전문위원 ttintl1317@beyondpos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