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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수거책 처벌, 피해금 흐름과 인식 가능성이 관건

김신 기자

입력 2026-06-08 09:00

윤준기 대표변호사. 사진=법률사무소 새율
윤준기 대표변호사. 사진=법률사무소 새율
[비욘드포스트 김신 기자] 보이스피싱 범죄가 조직화되고 역할이 세분화되면서 피해금을 직접 편취한 총책뿐 아니라 현금을 수거하거나 인출해 전달한 이른바 ‘수거책’에 대한 수사도 엄격해지고 있다.

최근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수표로 인출해 전달하는 등 자금세탁을 도운 70대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A씨는 지난 2024년 보이스피싱 피해자 3명이 송금한 1억5000만 원 상당을 수표로 인출해 조직 전달책에게 건넨 혐의로 기소됐으며, 항소심 재판부는 검사와 피고인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보이스피싱 수거책은 단순 아르바이트나 심부름으로 생각하고 가담했더라도 피해금 전달 과정에 관여한 이상 사기 범행의 일부로 다뤄질 수 있다. 특히 피해자로부터 현금을 직접 전달받거나 계좌로 입금된 돈을 인출해 전달하거나 송금한 경우에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현금화 단계에 관여한 것으로 보고 수사가 진행된다.

이때 행위 내용에 따라 사기죄, 사기방조죄,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범죄단체가입 또는 활동 혐의 등이 적용될 수 있다. 사기죄가 인정되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고, 사기방조가 문제되는 경우에는 정범의 형에서 감경될 수 있다. 또한 타인 명의 계좌 이용 등이 문제 되는 경우에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으로 별도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이 같은 사건에서는 피의자가 보이스피싱 범행임을 알았거나 의심할 수 있었는지가 핵심적으로 다뤄진다. 수사기관은 업무 제안 경위, 지시 방식, 보수 수준, 현금 수거 방식, 송금 경로, 메신저 대화 내용 등을 종합해 범행 인식 가능성을 확인한다.

따라서 “고액 알바인 줄 알았다”, “시키는 대로 전달만 했다”, “보이스피싱인 줄 몰랐다”는 식의 단순한 대응은 위험할 수 있다. 비대면 채용, 텔레그램 등 익명 메신저 지시, 비정상적으로 높은 보수, 현금 수거 후 제3자 전달, 타인 명의 계좌 송금 등은 미필적 고의를 의심하게 하는 정황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모든 수거책 사건에서 곧바로 공범성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구인 과정에서 정상 업무처럼 안내됐는지, 실제 업무 내용이 언제부터 의심스러워졌는지, 반복 가담인지 일회성 행위인지에 따라 판단은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무조건적인 부인보다는 객관적 자료를 바탕으로 자신의 인식 가능성과 가담 정도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경찰 조사 전에는 어떤 경로로 일을 시작했는지, 구인공고 내용이 어땠는지, 누구의 지시를 받았는지, 현금 수거와 전달 방식이 정상 업무처럼 안내됐는지 등을 객관적으로 정리해야 한다. 초기 진술이 메신저 기록, 통화 내역, 계좌 거래 내역, CCTV, 피해자 진술과 어긋날 경우 신빙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경제범죄수사팀 근무 경험에 비춰보면, 보이스피싱 수거책 사건에서는 단순한 현금 전달 행위보다 피의자가 범행 구조를 인식했는지, 반복적으로 수거 업무를 했는지, 비정상적인 지시를 받았는지, 보수와 업무 내용이 통상적인지 등이 중요하게 검토된다.

또 수사 과정에서 현금 전달 행위만으로 보이스피싱 공범성이 과도하게 단정되거나, 단순 가담과 조직적 또는 반복적 가담이 충분히 구분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때는 구인 경위, 업무 지시 내용, 대화 맥락, 이동 동선, 수익 규모, 피해금 전달 경로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사건 구조를 설명해야 한다.

조사 과정에서는 어떤 질문이 나올 수 있는지, 어떤 진술이 고의성이나 공모관계 인정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지도 미리 점검해야 한다. 피해자가 있는 사건인 만큼 피해 회복, 합의, 범행 수익 반환, 재범 방지 자료 등 양형자료를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다. 다만 무리한 합의 시도나 책임 회피성 진술은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보이스피싱 수거책 사건은 단순히 “돈을 전달했다”는 사실만으로 판단되는 문제가 아니다. 범행 인식 여부와 가담 경위, 반복성, 피해금 전달 구조, 피해 회복 여부까지 함께 검토되므로 초기 단계부터 사실관계와 객관 자료를 정리해 대응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도움말 법률사무소 새율 윤준기 대표변호사

비욘드포스트 김신 기자 bp_ks@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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