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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범의 千글자]...내 블로그 독자는 150명

이순곤 기자

입력 2026-06-10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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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책이 300부가 팔렸다, 좋다 / 3천 부가 팔리고 3만 부가 팔리자

슬그머니 겁이 나고 무서워졌다 / 10만부가 되어 가자 아이쿠,

난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었다

뭔가 잘못된 것이다 / 내가 잘못한 것이다

10만 명이 읽었는데도 세상 사람들에 / 근본적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책은

그냥 간식거리거나 쓰레기일 테니

박노해 시인의 《내 책이》라는 시입니다. 책 쓰는 사람은 가능한 많은 사람들이 자기 책을 읽어주기를 바랄 것입니다. 하지만 시인은 그런 일반적인 상식에서 비켜 서있습니다. 자기 책이 독자들 마음에 가 닿아서 감동을 주고 생각을 바꾸고 세상의 변화를 일으키는 걸 바라는데 책이 많이 팔리고도 세상이 그대로라면 자기 글은 쓰레기나 마찬가지라고 두려워합니다.

‘던바의 수’라는 게 있습니다. 영국 심리학자 로빈 던바가 주장한 개념인데 한 사람이 안정적이며 의미 있는 사회적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최대 인원은 150명이라는 이론입니다. 이 숫자는 인간관계의 친밀도에 따라 동심원 형태로 확장됩니다.

좀 자세히 말하면 가족처럼 가장 친밀하고 핵심적인 집단은 5명, 깊은 신뢰를 나누는 집단, 예를 들어 절친은 15명, 동료나 지인처럼 친목을 도모하는 집단이 약 50명 그리고 주기적으로 연락하고 서로가 누구인지 정확히 아는 최대치가 150명이라는 것입니다.

내가 일기처럼 쓰는 블로그 독자는 150명쯤 됩니다. 다섯 명은 외롭고 오십 명은 심심한데 백오십 명이면 충분합니다. 나는 매일 아침 친구나 동료들에게 내가 살아내고 사유하고 문득문득 떠오르는 생각들을 온몸으로 써서 보냅니다. 막막한 백지 화면 위에 혼자 깜빡이는 커서를 노려보면서 고민하고 정리하고 분석해서 한 글자 한 글자 채워 넣습니다.

나는 사람을 별로 안 좋아하고 만나고 싶지 않다고 하면서도 누군가와 연결되길 원합니다. 가까운 사람에게 안부 묻는 걸 어려워하면서도 블로그에 글을 써 놓고 사람들의 반응을 기다립니다. 그러니 혼자가 편하다거나 고독을 즐긴다는 말은 어쩌면 거짓말일지도 모릅니다. 사람들이 외로움을 느끼면서도 관계에서 도피하는 이유는 가까울수록 관계에 드는 에너지가 크기 때문일 것입니다. 갈등을 해결하는 피로감, 상처받을 가능성, 단절에 따른 상실감 이 모든 것들이 자신이 치러야 할 비용처럼 느끼기 때문에 사교를 포기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내가 두려워하는 건 백오십 명의 진실한 독자들입니다. 십만 명이 나를 읽고 칭찬해서 기쁜 것보다 백오십 명이 등을 돌리는 쪽이 상처가 훨씬 클 것 같습니다. 나의 독자는 백오십 명입니다. ^^*

[비욘드포스트 이순곤 기자] sglee640@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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