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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범의 千글자]...실력이냐, 운이냐

이순곤 기자

입력 2026-06-11 08:08

MBC 생방송 오늘아침 캡처
MBC 생방송 오늘아침 캡처
최근 들어 관악산 등산객이 두 배 이상 늘었다는 뉴스를 봤는데 그 이유가 재밌습니다. 올해 초 한 방송에서 어떤 역술인이 “운이 안 풀리면 관악산으로 가라”고 한 것이 발단이 됐다는 겁니다. 관악산 정기가 좋다는 역술인의 증언이 시험, 군입대, 취업 등 많은 게 불확실한 상황에서 좋은 기운을 받고 싶어 하는 젊은이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분석입니다.

실제로 늘어난 등산객 대부분이 20~30대 젊은이라는 게 그 방증입니다. 젊은층의 종교 인구는 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저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아이러니입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기존 전통적인 종교시스템 대신 ‘힙하다’는 점집을 찾고 AI로 사주와 궁합을 보는가 하면 숙소를 정할 때도 자기 사주에 맞는 호텔을 고르기도 합니다. 무속과 샤마니즘으로 회귀하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입니다.

자본주의사회는 능력사회라고 합니다. 전근대의 세습주의사회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입니다. 크든 작든 무언가 성취한 사람은 대개 그만한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성공과 성취는 대부분 그에 상응하는 노력의 결과물입니다.

하지만 인생을 살다 보면 실력과 노력이 전부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빌 게이츠가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명문 사립학교를 다니지 않았다면 지금과 인생이 달라졌을 수도 있습니다. 워렌 버핏도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백인으로 태어났고 자본과 금융에 대한 교육을 받은 혜택은 아무나 누릴 수 있는 행운이 아니라고 고백한 적 있습니다.

실제 조사를 보면 최고로 성공한 사람은 재능이 가장 뛰어난 사람이 아니라 실력은 평균보다 약간 좋고 운이 아주 좋은 사람으로 나타났습니다. 어디까지가 실력과 노력이고 어디까지가 운의 영역인지 가늠할 순 없지만 ‘운빨’이라는 걸 완전히 무시하긴 어렵습니다.

그런데도 인생 대부분이 운이라는 믿음이 확산하는 건 아무래도 계층 간 격차가 커지는 것과 관련이 있어 보입니다. 경제적 불평등이 커질수록 계층 간 이동성은 줄어들고 부의 대물림은 심해집니다.

하지만 부모운(?)이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대한민국에 태어났다면 일단 운이 그렇게 나쁜 건 아닙니다. 북한이나 팔레스타인, 내전이 끊이지 않는 아프리카 어느 국가에 태어나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 아닙니까. 태어난 나라가 평생 소득의 절반 이상을 결정한다는 학자도 있을 정도입니다.

운의 역할을 강조하는 운명론이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지금 가진 것이 오롯이 내가 잘나서 성취한 것이 아니니 겸손하라는 것과 지금 가진 것에 감사하라는 것입니다. 보잘것없어 보이는 성취라도 행운의 결과일 수 있습니다. 취업이 어렵고 연애도, 결혼도 마음 대로 안 되지만 작은 행운에 감사하다 보면 언젠가 큰 행운이 찾아올 수도 있지 않을까요. ^^*

[비욘드포스트 이순곤 기자] sglee640@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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