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의 성장은 결국 사람을 통해 이루어지며, 사람을 움직이는 힘은 리더십에서 나온다. 특히 중소기업에서 중간관리자는 경영진의 전략과 현장의 실행을 연결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많은 중소기업 중간관리자들은 리더십을 발휘하기보다 조직과 구성원 사이에서 소진되는 경험을 호소한다. 성과 창출에 대한 책임은 커지는데 실질적인 영향력은 제한적이고, 조직의 기대치는 높아지는데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 권한은 부족하고 책임은 과도한 중간관리자
중소기업 중간관리자들이 가장 먼저 호소하는 문제는 권한과 책임의 뼈아픈 불균형이다. 조직은 관리자에게 뚜렷한 성과 달성을 요구하지만, 실제 핵심적인 의사결정 권한은 경영자에게 집중되어 있는 경우가 대다수다. 팀 운영과 성과에 대한 책임은 온전히 중간관리자가 부담하면서도 정작 예산, 인사, 조직 운영과 관련된 중요한 결정은 대표의 승인 없이는 단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
이러한 엇박자는 관리자에게 깊은 무력감을 안겨준다. 구성원들에게는 끊임없이 변화와 혁신을 요구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필요한 순간에 의사결정을 내릴 수 없는 상태가 반복되기 때문이다. 리더십은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라는 기반 위에서만 정상적으로 작동한다. 책임만 쥐여주고 권한은 묶어둔 채 온전한 리더십을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 사람을 관리하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새로운 인재를 확보하기가 훨씬 까다롭다. 따라서 기존 인력을 육성하고 이탈을 막는 것이 기업 생존의 필수 과제이며, 이 무거운 역할은 대부분 중간관리자에게 집중된다.
오늘날의 관리자는 단순히 업무를 지시하고 성과를 관리하는 수준을 넘어 코치, 멘토, 심지어 심리 상담자의 역할까지 해내야 한다. 신입사원의 조직 적응을 돕고, 구성원 간의 갈등을 중재하며, 건강한 조직문화를 만드는 데도 기여해야 한다. 문제는 이 막중한 역할들 중 어느 하나도 체계적으로 배운 적이 없다는 데 있다. 이들을 위한 훈련이나 지원 체계가 마련된 곳도 극히 드물다.
특히 개인의 성장과 워라밸을 중시하는 MZ세대의 가치관 변화는 관리자의 부담을 가중시킨다. 과거처럼 조직의 목표만을 앞세울 수 없는 환경 속에서, 관리자들은 세대의 변화된 가치관을 수용하면서 동시에 조직의 단기적 성과도 달성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 리더도 성장할 시간이 필요하다
중간관리자들은 구성원을 성장시키는 역할을 수행하지만, 정작 자신이 성장할 기회는 턱없이 부족하다. 실무와 관리 업무를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중소기업의 특성상 리더 스스로 새로운 트렌드를 학습하고 역량을 개발할 시간적 여유를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디지털 전환, 생성형 AI, 조직문화 혁신 등 경영환경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관리자들은 변화에 대응할 전문성과 리더십 스킬을 체계적으로 학습할 기회를 얻지 못한다. 결국 과거 경험에만 의존한 낡은 관리 방식이 반복되고, 이는 구성원들과의 소통 문제나 조직 내 갈등으로 이어지곤 한다.
리더십은 단순한 직위가 아니라 끊임없는 학습과 경험을 통해 지속적으로 개발되는 역량이다. 따라서 관리자 육성은 부차적인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인 투자로 인식되어야 한다.
◆ 가장 힘든 자리, 샌드위치 리더
흔히 중간관리자를 '샌드위치 관리자'라 부른다. 위로는 경영진의 압박을 견뎌내야 하고, 아래로는 구성원들의 불만과 기대를 달래야 하는 틈바구니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가장 큰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치명적인 상황 중 하나는 대표와 부하직원 사이에서 리더의 역할이 붕괴될 때다. 대표가 직원들 앞에서 중간관리자의 결정을 공개적으로 번복하거나 실무진에게 직접 업무 지시를 내리는 경우, 관리자의 권위는 산산조각이 난다. 반대로 구성원의 불만을 경영진에게 지나치게 대변하다가는 대표와의 관계가 악화되기도 한다.
결국 양쪽의 요구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중간관리자는 심리적 소진을 겪게 된다. 이는 개인의 스트레스 문제를 넘어 조직 성과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샌드위치 신세가 된 관리자들이 주도적으로 리더십을 발휘하기보다 그저 갈등을 회피하고 숨죽이는 방향을 택하기 때문이다.
◆ 중소기업 리더십의 해법은 경영자에 있다
이 문제를 중간관리자 개인의 의지나 리더십 부족 탓으로 돌리는 순간, 해결의 실마리는 영영 사라진다. "조금 더 헌신하라"는 정신력 강조만으로는 조직이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중간관리자에게 변화를 요구하기에 앞서, 경영자부터 자신의 리더십과 조직 운영 방식을 뼈아프게 점검해야 한다.
첫째, 권한과 책임의 균형을 되찾아야 한다. 성과를 요구한다면 의사결정 권한도 함께 위임해야 한다. 중간관리자가 스스로 판단하고 실행할 수 있는 자율적인 영역을 과감히 넓혀주어야 한다.
둘째, 관리자 육성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리더십 코칭, 갈등 관리, 세대 간 소통 교육 등을 정기적으로 제공해 과거의 경험에만 의존하지 않고 리더로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셋째, 경영자의 공개적이고 강력한 지지가 필요하다. 경영자가 먼저 중간관리자의 권위를 인정하고 존중할 때, 현장의 구성원들도 그 리더를 신뢰하고 따르게 된다.
여기에 하나를 더하자면, '결정 가능한 범위의 명문화'다. 얼마까지의 예산을 쓸 수 있는지, 어느 범위의 인력과 일정을 스스로 조율할 수 있는지를 명확한 문서로 규정해 두는 것이다. 선을 그어주어야 리더는 그 안에서 거침없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
중소기업의 경쟁력은 결국 현장을 움직이는 '사람'에게서 나온다. 중간관리자는 조직을 지탱하는 척추이자 허리다. 허리가 무너진 조직은 아무리 훌륭한 전략을 세워도 실행 단계에서 속절없이 흩어지고 만다.
그러니 중간관리자가 기대만큼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할 때 경영자가 가장 먼저 던져야 할 질문은 "저 사람은 왜 리더답지 못한가"가 아니다. "우리 조직은 과연 저 사람에게 진짜 리더가 될 수 있는 기회와 권한을 주었는가"이어야 한다.
bjlee@beyondpos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