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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범의 포토에세이]...걷고 싶은 도시거리

이순곤 기자

입력 2026-09-14 06:39

[신형범의 포토에세이]...걷고 싶은 도시거리
도쿄 신주쿠입니다. 서울로 치면 명동이나 종로와 이미지가 비슷한 구도심입니다. 이런 구도심의 특징 중 하나는 걸어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입니다. 그러면 같은 도시인데 어떤 거리는 발걸음이 가볍고 다양한 것들을 구경하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걷게 되는 반면 어떤 거리는 빨리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만 드는 걸까요?

홍익대 건축학과 유현준 교수는 10년 만에 증보판을 낸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에서 ‘이벤트 밀도’라는 개념으로 이 차이를 설명합니다. 핵심은 이렇습니다. 단위 거리당 상점의 출입구 숫자가 많을수록 사람들은 더 풍부한 체험을 하게 됩니다. 5초마다 가게가 바뀐다는 건 5초마다 케이블TV 채널을 바꾸는 것과 같은 자극을 줍니다. 그만큼 지루할 틈이 없다는 겁니다.

보행자에게 끊임없이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하고, 걷는 사람이 그 거리의 주인이 되는 느낌을 준다는 것이지요. 서울 명동을 보면 거리의 필지, 즉 땅의 구획이 폭은 매우 좁고 세로로 긴 형태입니다. 6.25전쟁 이후 당시에는 대규모 자본이 없었기 때문에 일제강점기 시절에 구획된 좁은 필지 위에 그대로 건물을 세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결과 단위 면적당 많은 수의 건물이 들어서게 되었고 그것이 오늘날 명동을 걷고 싶은 거리로 만들었습니다.

파리의 상젤리제를 볼까요. 왕복 10차선의 어마어마하게 폭이 넓은 도로입니다. 넓은 도로는 자동차가 주인인 공간이라 걷기에 좋지 않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상젤리제는 전 세계 사람들이 선망하며 걷고 싶어하는 거리입니다. 비결은 넓은 인도와 인도를 가득 메운 노천카페입니다. 카페가 공간의 속도를 늦추고 사람들을 멈춰 서게 합니다. 앉아서 차를 마시면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게 만듭니다.

반면 서울의 테헤란로나 경복궁 앞 세종로는 어떤가요. 10차선의 넓은 대로인 건 상젤리제와 비슷합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곳을 잘 걷지 않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주변에 가게가 없기 때문입니다. 볼거리가 없고 앉을 곳이 없고 그러니까 멈출 이유가 없습니다. 거리의 속도가 사람이 걷는 속도, 즉 시속 4km에 가까울수록 사람들은 그 거리를 걷고 싶어합니다.

결국 걷고 싶은 거리는 휴먼 스케일의 체험이 동반되어야 합니다. 휴먼 스케일은 가로수의 크기, 인도의 폭, 평행으로 가는 차도 넓이, 거리에 늘어선 상점의 종류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걷고 싶은 거리는 그 중에서 사람들이 걸으면서 마주치는 가게의 출입구 빈도수와 가장 깊은 관계가 있습니다.

보행자가 걸을 때 더 자주, 다른 종류의 이벤트를 마주하게 되고 사람들은 그 만큼 더 다양한 선택의 경험과 공간감을 체험하게 됩니다. 이런 선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많이 생겨날수록 ‘이벤트 밀도가 높다’고 말하며 그 도시는 우연성과 의외성으로 넘쳐나고 사람들은 더 많은 선택권을 갖게 되면서 그 거리를 걷고 싶어합니다. ^^*

[비욘드포스트 이순곤 기자] sglee640@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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