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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범의 千글자]...위선을 강요하는 사회

이순곤 기자

입력 2026-10-28 06:51

자료=평산책방
자료=평산책방
겉으로만 착하거나 도덕적인 체하는 것을 ‘위선(僞善)’이라고 합니다. 좀 더 톺아보면 겉과 속이 다른 것도 위선이고, 실제 의도가 아닌 그럴 듯해 보이도록 행동하는 것도 위선입니다. 가끔 나는 대한민국은 위선을 강요하는 나라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위선의 핵심은 이미지입니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데 그렇게 보이는 것을 ‘가상’ 또는 ‘이미지’라고 합니다. 어떤 사람이 겉으로만 도덕적이고 선한 척 행동한다면 그의 이미지는 종종 다른 사람을 기만합니다. 우리는 실제 모습보다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가 더 중요한 ‘이미지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이런 핵심을 일찍이 간파한 마키아벨리는 “대중은 보이는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는데 많은 경우 실제보다 이미지에 더 많이 좌우된다”고 말했습니다.

‘위선의 나라’라고 내가 자조적으로 말한 이유는 우리 사회 전체가 부도덕하면서도 마치 도덕적인 것처럼 행세하는 이중성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을 비난해야 마치 자신은 비난할 만한 도덕적 자격을 갖고 있는 것처럼 착각하는 행위, 선한 것처럼 보이고 싶지만 실제로는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적어도 다른 사람의 실수와 흠결에도 관대할 텐데 남의 일에는 각박한 태도 같은 것 말입니다. ‘내로남불’도 자신에겐 관대하면서 남에게는 모질기 짝이 없는 자기중심주의의 정곡을 찌른 말입니다.

문제는 도덕성에 대한 과도한 요구가 본의 아니게 위선을 낳고, 궁극적으로는 도덕 자체를 훼손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겉으로라도 도덕적이기를 요구하는 사회는 사적인 삶과 공적인 역할 사이의 괴리를 가져오고 결국은 내면과 외면의 불일치로 정체성의 위기를 가져옵니다. 높은 도덕성의 기준은 개인적 선택이 아니라 사회적 기대이며 개인의 이미지와 겉모습이 종종 개인의 진실을 은폐하는 문화를 만들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도덕주의가 지배하는 사회는 결코 도덕적인 사회가 아닙니다.

결국 한국사회의 과도한 도덕적 요구가 오히려 위선을 조장하는 분위기를 만듭니다. 남의 도덕적 타락을 비난하는 사람은 자신의 결점을 간과함으로써 위선적인 행동을 하게 됩니다. 남을 강도 높게 비판할수록 자신이 더 도덕적인 것처럼 보이는 위선의 역설은 무엇이 진짜 도덕적인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위선적인 사회는 은연중에 도덕적 기대를 달성할 수 없다는 냉소주의를 낳습니다.

현대의 다원주의 사회에서 도덕은 다양성을 기반으로 해야 합니다. 나만 옳고 도덕적이라는 독단론에서 벗어나야 비로소 공동의 도덕을 논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그 첫걸음은 아무도 몰라도 되는 사적인 일과 모든 사람이 알아야 하는 공적인 일을 구별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

[비욘드포스트 이순곤 기자] sglee640@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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