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사무실은 지난 10년간 공유오피스와 자율좌석, 재택근무 등 일하는 방식의 변화에 맞춰 모습을 바꿔왔다. 생성형 AI의 등장은 이러한 변화에 새로운 과제를 던지고 있다. 반복 업무가 자동화되고 조직 내 역할이 달라지는 상황에서 기존처럼 직원 수에 맞춰 책상을 배치하는 방식이 앞으로도 유효한지에 대한 문제다.
28일 오피스·상업공간 설계시공 전문기업 알스퀘어디자인이 발간한 '사무실은 어떻게 변할 것인가' 보고서는 AI 시대 오피스의 핵심 과제로 업무별 공간 구성과 조직 변화에 대한 대응력을 제시했다.

국내 오피스의 변화는 근무 방식의 변화와 맞물려 진행됐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는 공유오피스와 스마트오피스가 확산되면서 고정 좌석을 줄이고 개방형 업무공간과 회의실, 라운지를 결합하는 설계가 주목받았다. 구성원 간 소통을 늘리고 공간 활용도를 높이는 것이 주요 목적이었다.
코로나19 확산은 공간을 바라보는 기준을 바꿨다. 재택근무가 늘고 감염 예방이 중요해지면서 개방보다 물리적 분리와 비접촉 환경에 대한 요구가 커졌다.
특허청 자료에 따르면 생활방역용품 디자인 출원은 2019년 844건에서 2020년 2925건으로 늘었다. 칸막이 관련 출원도 같은 기간 11건에서 131건으로 증가했다. 사무실에 한정된 수치는 아니지만 당시 실내 공간에서 분리와 방역이 중요한 설계 요소로 부상했음을 보여준다.
엔데믹 이후에는 또 다른 변화가 나타났다. 재택근무를 경험한 직원들이 사무실로 복귀하면서 집중력과 프라이버시를 확보할 수 있는 개인 공간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과거의 칸막이가 단순히 좌석을 구획하는 수단이었다면 최근에는 높이와 소재, 이동성을 조절해 업무 특성에 맞게 활용하는 방식으로 달라졌다.
결국 사무실은 개방과 분리 중 어느 한쪽을 선택하기보다 업무 성격에 따라 두 기능을 조합하는 방향으로 변화해온 셈이다.
◇ AI가 바꾸는 업무 구조, 사무실 설계에도 영향
생성형 AI는 이러한 변화의 속도를 높일 새로운 변수로 꼽힌다. 기존의 공간 변화가 직원들이 어디에서 일하는지에 초점을 맞췄다면 AI 시대에는 사람이 어떤 업무를 수행하는지가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의 '2025~2035 정성적 일자리 전망'에서는 생성형 AI와 자동화 기술의 발전으로 문서 작성, 전표 처리, 자료 입력, 일정 관리 등 규칙 기반 사무 업무의 대체 압력이 커질 것으로 분석했다.
반복 업무의 비중이 줄고 인력이 다른 직무로 이동하면 부서별 인원을 기준으로 설계한 사무실도 재검토가 필요해질 수 있다. AI가 지원하는 개인 업무에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여러 구성원의 판단과 조율이 필요한 업무에는 협업 공간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음성 AI의 확산은 새로운 설계 조건을 더한다. 직원들이 음성으로 AI에 지시하거나 업무 내용을 확인하는 일이 늘어나면 주변 소음을 줄이는 동시에 정보 노출을 방지할 공간이 필요해진다.
기존의 폰부스와 화상회의실이 AI와 대화하는 독립형 업무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단순히 조용한 사무실을 만드는 수준을 넘어 업무별 소음과 프라이버시를 관리하는 설계가 중요해지는 것이다.

AI 도입이 곧 사무실 축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반복 업무가 자동화되더라도 사람의 판단과 협업을 지원하는 공간은 여전히 필요하다. 오히려 조직의 기능과 업무 비중이 달라지면서 공간을 재구성할 필요성이 커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주목받는 것이 모듈형 설계다. 이동과 재사용이 가능한 가구와 구조물을 활용해 팀 규모나 프로젝트에 맞춰 공간 배치를 바꾸는 방식이다. 조직 개편 때마다 대규모 공사를 진행하는 부담을 줄이고 변화하는 업무환경에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활용 가능성이 거론된다.
자연 채광과 식물, 자연 소재 등을 활용하는 바이오필릭 디자인도 같은 맥락에서 중요해지고 있다. 기술이 반복 업무를 지원하더라도 집중과 휴식, 창의적 사고를 뒷받침하는 물리적 환경의 필요성은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알스퀘어디자인은 향후 5년간 기업들이 오피스의 가치를 전체 면적이나 수용 인원뿐 아니라 업무 특성에 맞춘 공간 구성과 재배치 가능성을 기준으로 판단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지수 알스퀘어디자인 설계본부장은 "앞으로 5년은 '얼마나 넓은 사무실을 갖고 있는가'보다 '이 공간에서 얼마나 빠르게 새로운 조합을 만들 수 있는가'를 고민하는 시기가 될 겁니다"라며 "AI가 발전하고 일하는 방식과 조직 개편이 잦아질수록 재사용 가능한 모듈형 구조에 대한 문의가 실제로 늘고 있다는 것을 현장에서 체감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종균 기자 jklee.jay526@beyondpos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