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한정승인 상속인 전세대출 연장계약 ‘관리행위’ 판단
대법원은 지난 8일 임차인이 상속인을 상대로 제기한 임대차보증금 반환 청구 사건에서 원심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쟁점은 한정승인을 신고한 상속인이 임차인의 전세자금대출 연장을 위해 기존 임대차계약과 같은 조건으로 연장계약을 체결한 행위가 상속재산 처분행위에 해당하는지였다.
이 대표변호사는 “민법 제1026조 제1호는 상속인이 상속재산을 처분한 경우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본다”며 “다만 상속재산을 보존하거나 관리하기 위한 행위까지 처분행위로 넓게 보면 한정승인 제도의 취지가 약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건은 임대인이 사망한 뒤 기존 임대차계약 만료가 다가오면서 발생했다. 임차인은 2020년 3월 임대인과 보증금 1억 6000만 원, 임대차기간 2020년 5월11일부터 2022년 5월10일까지로 하는 주택 임대차계약을 맺었다. 임대인은 같은 해 6월 사망했다. 상속인 중 피고는 2022년 5월 서울가정법원에 상속한정승인을 신고했다.
임차인은 전세자금대출 연장을 위해 상속인 전원이 공동임대인으로 기재된 계약서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이에 상속인들은 2022년 5월5일 임대차보증금과 차임은 그대로 두고 임대차기간만 2년 연장하는 계약서를 작성했다. 계약서 특약에는 기존 계약의 2년 연장, 보증금 승계, 전세자금대출 연장 협조 내용이 담겼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이 사건 계약이 기존 임대차계약과 목적물, 보증금, 차임이 같고 기간만 연장한 데 그쳤다고 봤다. 특약에도 기존 계약의 연장이라는 취지가 적혀 있었다. 대법원은 이를 새로운 채무를 만든 행위나 상속재산의 현상을 바꾼 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계약 체결 경위도 판단 근거가 됐다. 임차인이 전세자금대출 연장을 위해 계약서 작성을 요구했고 상속인들은 이에 응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이런 사정만으로 상속인이 단순승인 의사를 표시했다거나 보증금 반환채무를 고유재산으로 부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대법원은 해당 행위를 민법 제1022조에 따라 상속인이 부담하는 상속재산 관리의무 이행으로 판단했다. 상속재산 처분행위가 아니라 관리행위라는 취지다.
이 대표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상속인이 임차인의 요구에 따라 형식적으로 연장계약서를 작성했다는 사정만으로 한정승인의 효력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정승인의 효력 유지 여부는 계약 체결 목적과 경위, 계약 내용의 실질을 함께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임차인 입장에서는 주의가 필요하다는 설명도 내놨다. 이 대표변호사는 “상속인들이 한정승인을 한 경우 연장계약 체결만으로 보증금 반환 책임이 상속인의 고유재산으로 확대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보증금 반환 가능성과 별도 보호 방안을 사전에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종균 기자 jklee.jay526@beyondpos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