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서울광역본부 산업보건센터 배순덕 차장

실제로 질병관리청 집계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는 지난해의 두 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건설현장, 물류센터, 폐기물 처리업과 같은 고위험 사업장에서 그 피해는 더욱 크다.
이에 정부는 지난 7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을 개정해, 체감온도 33도를 넘는 작업장에서는 2시간마다 20분 이상 휴식을 보장하도록 했다. 또한 사업주에게 체감온도를 기록·보관할 의무도 부과했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체감온도를 계산하는 방식이 지나치게 복잡해 현장 노동자가 직접 산출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기온, 습도, 습구온도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한 복잡한 산식은 결국 현장에서 실효성을 떨어뜨렸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안전보건공단은 민간기관과 협력해 국내 최초로 ‘K-디지털 체감온도계’를 개발했다. 이 기기는 온도와 습도를 자동으로 측정해 체감온도를 즉시 계산·표시한다. 공단은 이를 3만여 고위험 사업장에 무상 보급하며 현장의 폭염 대응력을 높이고 있다.
최근 열린 ‘국제안전보건전시회’에서는 국민에게 직접 시연해 체감온도 관리의 중요성을 알렸다. 이제는 온라인몰을 통해서도 누구나 손쉽게 구매할 수 있어, 일상 속에서도 활용 가능성이 커졌다.
폭염 그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온열질환은 예방할 수 있다. 체감온도계를 통한 객관적 수치 확인과 더불어, 충분한 휴식·수분 섭취·작업 조정과 같은 기본적인 안전보건조치를 지킨다면 피해는 크게 줄일 수 있다.
이제는 기업과 노동자 모두가 “폭염은 자연재해이지만, 온열질환은 예방 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체감온도를 관리하는 작은 실천이 노동자의 생명을 지킨다. 폭염 시대를 건강하게 건너는 길, 그것은 곧 체감온도계에서 시작된다.
신용승 기자 credit_v@beyondpo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