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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보건공단, 안전한 작업환경 위한 ‘안전디자인’ 지원 강화

신용승 기자

입력 2025-10-02 22:37

2024년 국감 더불어민주당 박정 의원 “안전 디자인 강화해야”
한눈에 위험요소 파악하는 컬러유니버설디자인(CUD) 적용 확대
한국어 몰라도 알아보는 안전보건표지, 픽토그램 등 개발·보급

산업현장에‘산업안전 컬러유니버설디자인(CUD)’ 도입된 모습./안전보건공단
산업현장에‘산업안전 컬러유니버설디자인(CUD)’ 도입된 모습./안전보건공단
[비욘드포스트 신용승 기자] 지난해 6월 경기 화성 소재 배터리 제조업체에서 화재가 발생해 다수 인원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인명 피해가 많이 발생했던 이유에는 외국인 노동자가 많이 근무했기 때문에 의사소통의 문제가 하나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리고 다수가 일용직 노동자여서 사업장 통로에 익숙하지 않았던 것도 하나의 이유로 손꼽히고 있다.

2024년 국정감사에서 환경노동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박정 의원은 “노동자의 안전 확보를 위해서는 노동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며 “안전 디자인이 하나의 해결 방법이 될 수 있으므로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안전보건공단은 사업장 환경 개선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컬러유니버설디자인(CUD) 현장 적용…노동자 98.1% “산재예방에 도움”
사람은 주변 환경을 인지할 때 시각 정보를 통해 약 80% 이상의 정보를 얻는다. 특히 색채(Color)는 시각 정보 중 가장 강력한 요소로, 인간의 주의력과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색채의 힘을 산업안전 분야에 접목해 재해를 예방하고 안전한 작업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노력이 본격화되고 있다. 바로 ‘산업안전 컬러유니버설디자인(CUD)’ 도입이다.


산업안전 CUD는 색채를 활용해 작업 환경의 시각적 가독성을 높이고, 위험 요소를 빠르게 인지하도록 돕는 디자인 접근법이다. 이는 색약인 노동자뿐만 아니라 모든 작업자가 안전 정보를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설계된 보편적 디자인 원칙을 기반으로 한다.

산업현장에‘산업안전 컬러유니버설디자인(CUD)’ 도입된 모습./안전보건공단
산업현장에‘산업안전 컬러유니버설디자인(CUD)’ 도입된 모습./안전보건공단
안전보건공단은 2024년부터 한국컬러유니버설디자인협회 및 삼화페인트(컬러디자인센터)와 MOU를 체결하고, 산업안전 CUD 매뉴얼을 개발했다. SK에너지 동력공장을 대상으로 시범 도입한 결과, 노동자의 98.1%가 “산업안전 CUD가 재해예방에 도움된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큰 호응을 얻었다. 또한, 컬러 관련 세미나와 전시관 개최, 학회 발표 등을 통해 CUD의 중요성을 알리고 산업계 전반에 확산시키기 위한 기반을 다졌다.

2025년에는 산업안전 CUD 도입이 본격적으로 확산됐다. SK에너지(석유2공장), 호반건설 등 총 52개 사업장에 CUD 도입을 완료했다. 향후 SK엔무브(윤활유 제조공장), 에스피앤씨(페인트 제조공장), 공단 체험교육장에서도 CUD 도입을 적극 추진 중이다. 특히 SK엔무브, SK에너지(석유2공장), 호반건설은 자사 환경에 맞춘 CUD를 자체 개발해 관리 및 적용에 나서며, 산업 현장의 특성에 최적화된 안전 디자인을 구현하고 있다.

울산교육청은 안전보건공단과 협력해 전국 최초로 산업안전 CUD 안내서를 모든 학교에 보급하기도 했다. 이 사업은 화재 발생 때 학생과 교직원이 소화기와 비상구의 위치를 한눈에 알아보고 신속하게 대처하도록 돕기 위해 추진됐다.

안전디자인 개선필요 사업장 지원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은 2025년부터 ‘안전동행 지원사업’에 작업장 안전디자인 개선 품목을 추가해 중소사업장이 외국인 노동자를 포함한 모든 노동자가 안전한 작업환경을 구축하고 산업재해를 예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특히 올해 하반기부터 안전일터 조성지원 사업으로 확대하여 안전디자인 개선이 필요한 사업장은 상시 지원하고 있다.

‘작업장 안전디자인’이란 외국인 노동자뿐만 아니라 최근 입사하여 아직 작업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신규 직원 등 작업장에 출입하는 모든 이가 안전한 보행 동선 및 대피로 등을 한눈에 인지할 수 있도록 시각적 정보를 뚜렷하게 제공하기 위한 디자인을 말한다. 이에 안전보건공단은 한국디자인진흥원과 협업해 ‘작업장 안전디자인 표준모델’ 가이드라인을 개발했다.

공단의 지원 모델은 ▲보행자의 안전을 최우선 고려해 주요 동선의 시인성을 확보한 보행안전 표준(보행로, 지게차 등 통로 표시) ▲화재 시 신속하고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비상구의 위치 및 대피 방향을 알려주는 소방안전 표준(비상구 등 표시) 등이 해당 된다. 사업장이 표준모델을 도입해 안전동행 지원사업에 참여하는 경우 가점도 부여된다.

작업장 안전디자인 표준모델은 직관적인 정보를 명확하게 전달하고, 잠재된 위험요소를 눈에 띄게 드러낸다. 따라서 안전디자인은 노동자가 스스로 조심할 수 있도록 안전한 행동을 유도하고 휴먼에러를 최소화할 수 있다.

산업현장에서는 효과가 입증된 표준모델을 적용함으로써 작업환경이나 시설물이 개선된 안전한 사업장이 점차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일용직으로 일하는 노동자가 어느 사업장을 가더라도 일관된 안전정보를 인식할 수 있어 안전한 작업환경 문화 조성에도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이 사업에 참여한 A기업 관계자는 목재팔렛트를 생산하는 공장으로 평소 화재 시 대형사고의 우려가 있어 시설 개선을 고민하던 중, 우연히 인터넷을 통해 비상구 디자인 개선 사업을 신청했다고 하며, 작업장 디자인 개선이 완료되면 근로환경 개선과 함께 소통이 어려운 외국인 노동자에게도 비상시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금속가공업을 하는 B기업은 사업장 내 철골 등 중량물 취급작업이 많아 지게차의 사용빈도가 높은 상황인데, 이 사업을 통해 보행로와 지게차의 통로를 구분한다면 충돌위험이 확연히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 중이다.

그림만 봐도 이해 안전보건표지 등 개선
안전보건공단에서 제작한 떨어짐 주의 픽토그램./안전보건공단
안전보건공단에서 제작한 떨어짐 주의 픽토그램./안전보건공단
안전보건공단에서는 사업장에서 쉽게 작업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다양한 디자인 시안도 제작해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사업장 화재 사고 발생 시 준수해야 하는 행동 요령을 외국인 노동자가 이해하기 쉬운 포스터 및 안전보건표지(비상구, 우측비상구, 좌측비상구, 화기금지, 출입금지, 금연 스티커)로 개발해 고용노동지청, 취업교육기관 등 59개소에서 5만 4000부를 보급 했다.

특히 비상구 3종 안전보건표지는 화재 발생 등 빛이 없는 환경에서도 시인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야광스티커로 제작하여 위급상황 시에 더욱 유용하게 쓰일 전망이다.

그 밖에도 산업안전보건법에서 규정한 안전보건표지의 한계를 극복하고 외국인의 언어장벽 해소 및 위험행동 통제를 유도하기 위해 기존에 사용된 픽토그램을 직관적이고 시인성이 확보되도록 리뉴얼했다. 2024년에 이미 20종을 개발했으며 올해 80종을 추가 개발했다.

픽토그램이란 그림을 뜻하는 픽토(Picto)와 전보를 뜻하는 텔레그램(Telegram)의 합성어로 사물과 시설, 행동을 상징화해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빠르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나타낸 시각디자인이다.

픽토그램은 사업장 노동자의 이해도 수준, 개선 요구사항 의견수렴 등 실효성 제고를 위해 현장조사를 실시하고 픽토그램 적합성 판단을 위한 전문가 자문회의 등을 통해 개발했다. 현재 산업안전포털 안전보건자료실(전자파일)과 미디어현장배송서비스(스티커) 등 온·오프라인 플랫폼을 통하여 이용이 가능하다.

작업장 안전디자인, 직관적인 안전보건표지와 픽토그램 보급 등을 통해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비상 상황에서 신속한 대피가 가능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외국인 고용 사업장은 물론 모든 사업장이 안전 문화를 내재화할 수 있도록 향후에도 지속적인 지원이 기대된다. 특히, 9.15 ‘노동안전 종합대책’에 따라 외국인 등 취약노동자에 대한 안전사고 예방이 강화되는 추세로, 누구나 쉽게 위험을 인지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산업현장 안전성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현중 안전보건공단 이사장은 “사업장에서 산재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안전 사각지대가 없도록 근본적 원인을 파악하고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안전에 대한 노동자의 관심을 높이고 사업장의 투자를 유도함으로써 사고없는 안전한 일터 조성에 기여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신용승 기자 credit_v@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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