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분 웅성불임-시각적 마커’기반 신개념 하이브리드 벼 생산기술 개발
- 자가수분 제어·종자 선별 단순화로 종자 산업 구조 혁신 기대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Plant Biotechnology Journal(IF=10.5)」 10월호 온라인판에 게재됐으며, 이수경 박사과정생이 제1저자로 참여했다.
잡종 벼 생산에는 외부 꽃가루에 의한 교배가 필수적이지만 벼는 대표적인 자가수분 작물로 자기 꽃가루가 먼저 암술에 도달해 잡종종자 생산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기존에 활용되던 ‘웅성불임’ 벼는 이러한 문제를 부분적으로 해결했으나, 온도·일장 등 환경에 따라 불임이 해제되거나 유지 계통을 별도로 관리해야 하는 등 생산 안정성이 낮다는 문제가 제기돼 왔다.
정 교수 연구팀은 유전자 가위 기술(CRISPR/Cas9)을 활용해 벼 꽃가루의 신장 능력을 약화시켜 자가수분만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부분 웅성불임’ 벼를 구현했다.
이는 꽃가루가 정상적으로 성숙하되, 암술 깊숙이 도달하지 못하게 조절함으로써 외부 꽃가루가 교배에서 우위를 점하도록 만드는 방식이다. 연구팀은 이 과정에서 벼 꽃가루 발아와 신장에 중요한 GTrD5·GTrD9 유전자를 표적했다.
또한 연구팀은 현장 적용성을 높이기 위해 FLO5 유전자의 변이를 활용한 시각적 종자 판별 기술도 구축했다. FLO5가 손상되면 배유가 하얗고 불투명해진다. 반대로 정상 유전자를 외부 꽃가루로부터 물려받으면 맑고 빛이 투과되는 정상 배유가 형성된다. 연구팀은 이 특성을 이용해 gtrd5flo5, gtrd9flo5 계통을 제작했다.
그 결과, 동일 포장에서 수확한 종자라도 배유 색만으로 자가수분 종자와 잡종종자를 즉시 육안으로 구분할 수 있게 됐다. 이 기술은 기존의 복잡한 종자 선별 과정을 크게 단순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산업적 의미가 크다.
부분 웅성불임 벼의 효과는 실험을 통해 검증됐다. 황금벼(Golden Rice)를 꽃가루 제공자로 활용한 교배 실험에서 기존 FLO5 계통은 자가수분 비율이 약 74%였으나, 부분 웅성불임·FLO5 결합 계통에서는 4.7~10.3%로 감소했다.
반면 외부 꽃가루로 수정된 잡종종자는 60% 이상으로 증가해 기술의 효과가 확인됐다. 또한 gtrd5flo5 계통을 모본으로 얻은 F1 잡종 벼는 키, 이삭 수, 종자 수, 수확량 등 주요 농업 형질에서 부모보다 우수한 잡종강세(Heterosis)를 보였다.
정기홍 교수는 “기존 웅성불임 계통의 불안정성을 개선하고, 종자 색만으로 잡종 여부를 판별할 수 있어 산업 현장의 병목을 해소할 수 있는 기술”이라며 “보리·밀·콩 등 다른 자식성 작물로도 확장 가능해 파급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제1저자인 이수경 박사과정생 역시 “다양한 작물에서 적용될 경우 국내외 잡종종자 기반 식량 생산 체계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농촌진흥청 차세대농작물신육종기술개발사업(RS-2024-00322278)과 한국연구재단 선도연구센터(SRC: RS-2021-NR060084)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bjlee@beyondpos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