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원 서강청년영화제조직위원장(서강대)이 좌장을 맡은 이번 포럼은 이번 포럼은 ▲산업의 현주소를 진단하는 1부 발제(송낙원·구재모 교수), ▲실질적 해법을 논의하는 2부 토론(조현래·박종관·김지현)으로 구성되어 한국 영화계가 맞닥뜨린 ‘재정 절벽’과 ‘관람 패러다임 변화’ 문제를 복합적으로 다루었다.
단순한 현황 파악을 넘어, 이중고에 직면한 한국 영화 산업의 구조적 모순을 파헤치고 실질적인 해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이날 참여자들로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 송낙원 교수 “영화발전기금 고갈… 중예산 영화 실종이 산업 양극화 초래”
첫 발제를 맡은 송낙원 교수는 스크린쿼터 축소(146일→73일)에 따라 2007년 도입된 ‘영화관 입장권 부과금’ 제도의 의미와 붕괴 과정을 설명했다.
발제문에 따르면, 영화진흥위원회의 예산은 2021년 1,053억 원에서 2025년 487억 원으로 5년 만에 약 54% 급감했다. 독립·예술영화 지원 예산도 2021년 281억 원에서 2025년 224억 원으로 줄었고, 중간 규모 영화의 붕괴로 시장 양극화가 심화됐다.
송 교수는 “팬데믹 이후 극장 매출 감소로 기금이 사실상 고갈되며 산업의 허리인 중예산 영화(20~80억 원대)가 사라졌다”라고 진단하며, 대안으로 ▲중예산 영화 집중 지원(약 100억 원) ▲OTT 연계 지원 ▲정책 철학의 재정립(미국식 산업 논리 vs 유럽식 문화 향유 논리)을 제시했다.
■ 구재모 교수 “OTT는 위기의 원인이 아니다… 본질은 ‘영화의 질’과 ‘기술 혁신 부재’”
두 번째 발제를 맡은 구재모 교수는 통계를 기반으로 넷플릭스 증가와 극장 위기 사이의 ‘인과 착시’를 바로잡았다.
그는 “넷플릭스 가입자와 매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시기는 코로나 시기가 아니라 2017~2018년”이라며, 팬데믹 기간에는 성장세가 오히려 둔화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2022년 영화 산업 총매출액(7.3조 원)은 2019년(6.4조 원)보다 더 높다”라는 데이터를 제시하며, 극장의 위기는 OTT 때문이 아니라 ‘극장 산업 경쟁력의 약화’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 교수는 현재를 1950년대 TV 등장(1차 위기), 2000년대 멀티플렉스 경쟁(2차 위기)에 이은 '3차 위기'로 규정했다. 그는 "관객 조사 결과 극장을 찾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볼 만한 영화의 부재'였다"라며 "이미 2014년부터 좌석당 매출액이 감소하고 있었음에도 극장들이 기술 혁신을 소홀히 했다"라고 꼬집었다.
해법으로 '차별화된 관람 경험'을 제시했다. 구 교수는 "가정 내 시청 환경이 좋아진 지금, 극장은 HDR(High Dynamic Range) 시네마와 같은 기술적 혁신을 통해 집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홀드백 법제화' 논의에 대해서는 "중소 제작사의 자금 회전을 막고 관객 선택권을 제한하여 오히려 산업을 죽이는 정책이 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 “감성이 아닌 논리로 설득해야”…세제 개편·재원 다변화 논의
이어진 토론에서는 ‘지속 가능한 지원 체계’ 구축을 위한 정책적 대안이 논의됐다.
박종관 전 한국문화예술위원장은 "베토벤 시절이나 지금이나 오케스트라 단원 수는 줄일 수 없듯, 예술은 산업화가 되더라도 노동 집약적 성격이 변하지 않는 '공연 예술의 경제적 딜레마'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러한 구조적 특성 때문에 국가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논리를 개발해야지, 단순히 힘들다는 하소연만으로는 예산을 확보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김지현 독립미디어연구소 공동대표는 재원 마련을 위한 현실적 대안으로 '세제 개편'을 언급했다.
김 대표는 "영화 티켓의 부가가치세 10%를 면제하거나 이를 영화발전기금으로 전입하는 방안, 그리고 해외 사례처럼 OTT 사업자에게 기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법제화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최근 신설된 '중예산 영화 지원' 사업에 대해 "기존 독립영화 예산을 삭감하며 공론화 없이 추진된 점은 거버넌스(협치)의 문제"라고 비판했다.
조현래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은 "엄격한 기준의 정책 펀드는 민간 투자를 위축시킨다"라며 펀드 운용의 유연성을 강조했다.
또한 "<오징어 게임> 등의 사례에서 보듯,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발생하는 파급 효과(Ripple Effect)와 외부 효과를 우리 산업의 경쟁력으로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좌장을 맡은 현대원 교수는 "미국이 1948년 도입했던 '파라마운트 판결(배급·상영 분리)'을 2020년 폐지한 것은 시장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었음을 인정한 것"이라며 "정부는 시장에 직접 개입하기보다 건강한 생태계를 조성하는 조력자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라고 포럼을 마무리했다.
bjlee@beyondpos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