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머니 사정이 어려웠던 이유도 있었겠지만, 옆집 아주머니를 연상시키는 그녀의 푸근한 인상과 친근한 말투가 낯선 사람을 경계하는 종우의 경계심을 낮췄을 터. 어딘가에서 봤을 법한 이미지를 지닌 캐릭터를 정교히 재현해낸 이정은의 노련미가 돋보인 대목이다.
지난 6회에서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엄복순의 수상한 과거 행적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길고양이 살해 사건’으로 변득종(박종환)과 에덴 고시원을 주목하던 소정화(안은진) 순경과 그녀의 동료가 찾아낸 진실. 두 번의 결혼에서 남편들과 부모가 모두 사고로 죽었고, 관련된 사망 보험금을 엄복순이 수령한 것, 그녀가 운영했던 보육원도 사고에 대한 보상을 받았다는 행적들은 엄복순이 고시원 살인마들과 함께하는 인물임을 암시해 시청자들을 충격의 도가니에 빠뜨린 바. 무엇보다도 선과 악의 얼굴을 모두 지닌 엄복순을 완벽하게 연기하며 극의 긴장감을 증폭시킨 이정은의 밀도 높은 연기에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단 4회의 에피소드만을 남겨둔 ‘타인은 지옥이다’는 지옥에 사로잡혀 무너져 내리는 종우와 그를 집요하게 관찰하는 서문조, 매회 더 충격적인 민낯을 드러내는 엄복순으로 극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한 상태.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으로 지옥 고시원을 지배하는 이정은이 남은 이야기에서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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