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선언한 ‘반도체 비전 2030’의 구체적인 성과가 드러나면서 TSMC에 대한 추격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IBM은 17일(현지시간) 차세대 서버용 CPU 'POWER 10'을 공개하고, 삼성전자의 최첨단 EUV 기반 7나노 공정을 통해 생산한다고 발표했다.
IBM은 기존·신규 특허 수백여 개를 적용해 'POWER 10'을 설계했다. 'POWER 10'은 IBM 제품군 중 EUV 기반 7나노 공정이 최초로 적용된 제품으로, 이는 IBM의 서버용 CPU 제품군의 진화를 의미한다.
이번 생산은 7나노 공정에서 삼성전자와 IBM의 파운드리 협력으로, 양사는 2015년 업계 최초 7나노 테스트 칩 구현 발표 등 10년 이상 공정기술 연구분야에서 협력을 이어왔으며, 생산 분야까지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IBM은 파운드리 업계 1위인 대만 TSMC가 아니라 삼성전자를 통해 대형 거래선과의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보고 있다.
점유율 확대를 노리는 IBM이 핵심기능을 담당하는 서버용 CPU 생산을 삼성에 맡기면서 새로운 고객사를 유치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계산이다.
삼성전자의 입장에서는 이번 협력관계의 결과로 전 세계에서 7나노 공정 기술을 가지고 있는 기업이 삼성전자와 TSMC 양사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1위 기업을 제쳤다는 평가와 함께 시장점유율 확대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점유율 18.8%를 기록했다. 1위 대만 TSMC(51.5%)보다 32.7%포인트 낮은 수준이지만, 1분기(38.2%포인트)보다는 크게 줄어들었다.
이번 CPU공급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작년 4월 선포한 ‘반도체 비전 2030’의 가시적 성과라는 평가다.
이번 계약엔 이재용 부회장이 역할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6년 IBM CEO를 미국 아이다호주 선밸리에서 열린 '선밸리 콘퍼런스'에서 만나 5G, AI 및 클라우드 등 미래기술 분야에 대한 의견을 나눈 바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해 4월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하고 시스템 반도체를 직접 챙기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2월 화성사업장을 찾아 올해 본격 가동을 시작한 EUV 전용 반도체 생산라인을 직접 살펴보고 직원들을 격려했다.
또 올해 6월에는 경기도 화성의 '삼성전자 반도체 연구소'를 찾아▲차세대 반도체 개발 로드맵 ▲설비/소재 및 공정기술 중장기 전략 ▲글로벌 반도체 산업환경 변화 등을DS부문 사장단과 논의하고 반도체 미래 전략을 점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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