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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범의 포토에세이]...거울, 자화상

입력 2025-07-07 08:13

[신형범의 포토에세이]...거울, 자화상
윤동주는 시 《자화상》에서 우물을 들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며 펼쳐진 하늘에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가만히 보니까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서 돌아섭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져 도로 가서 우물을 들여다보니 사나이가 그대로 있더랍니다.

사람들은 이 시를 우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보면서 일제 강점기를 살아가는 자신을 성찰하고 애증하는 작품으로 해석합니다. 시인의 순수하고 정직한 자의식, 그리고 그 안에서 비롯된 윤리적 고뇌와 삶의 자세가 느껴집니다. 그리고 마지막엔 자신의 모든 모습을 끌어안으려는 용기도 보입니다. 어릴 적 이 시를 읽으면서 물이나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면 마치 그림이나 사진을 통해 사람의 마음을 읽듯이 시에서도 마음을 읽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내친 김에 이상(李箱)의 시 《거울》을 읽어 봅니다. 이상은 거울 속 세상은 소리가 없다고 안타까워합니다. 거울 속 나는 왼손잡이여서 악수를 받을 줄 모른다고 서운해 하고 만져볼 순 없지만 그래도 거울 속 자신을 만날 수는 있다고 다행스러워 합니다. 그러면서 서로 반대지만 많이 닮은 거울 속 자신을 걱정하고 또 속내를 알 수 없으니 답답해 합니다.

이상은 거울이라는 사물을 통해 거울 밖 나(현실)와 거울 속 나(내면) 사이의 단절, 소외, 분열을 형상화합니다. 서로 닮았으면서 똑같지 않고 소통할 수 없는 관계입니다. 거울 속 나는 악수할 줄 모르는 왼손잡이이며 말을 못 알아듣는 딱한 귀를 가졌습니다. 시대상과 자신의 처지를 자아의 분열과 소외, 그리고 시대의 불안과 비극성으로 드러냈습니다.

윤동주의 《자화상》, 이상의 《거울》을 ‘읽으면’ 마치 자신한테 쓰는 편지처럼 보입니다. 그러면서 시는 ‘읽는’ 게 아니라 ‘받아들이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생각에 이릅니다. 살면서 평생 타인의 눈으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볼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 거울 속 나와 타인이 보는 나의 모습은 다를 것입니다.

거울은 원래 그냥은 볼 수 없는 자신을 보기 위해 만든 물건입니다. 남의 눈에 자기가 어떻게 보일지 자신을 객관화해 보여주는 것이지요. 그런데 자동차나 오토바이에 달린 거울은 자신의 모습이 아니라 뒤나 옆을 보기 위해 만들어진 물건입니다. 대만 타이난에서 우연히 찍은 사진은 아이러니하게도 운전자는 거울로 자신을 볼 수 없지만 다른 사람들은 거울을 통해 운전자의 얼굴을 봅니다. ^^*

sglee640@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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