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건설은 지난 13일 경기도 파주시 소재 ‘고속국도 제400호선 김포-파주간 건설공사 제2공구’ 현장에서 국내 최대 단면 쉴드 TBM 굴진 기념식을 개최했다고 14일 밝혔다.
TBM은 다수의 디스크 커터가 장착된 커터 헤드를 회전시켜 암반을 뚫는 원통형 회전식 터널 굴진기로, 발파 공법에 비해 소음, 진동, 분진 등의 발생이 적고 시공성 및 안전성이 높아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장비다.
특히 한강터널을 굴진하는 ‘이수식 쉴드 TBM’은 터널 굴착부터 벽면 조립, 토사 배출까지 터널 공사의 모든 공정을 원스톱으로 처리하는 초대형 선진 장비다.
이날 행사에는 국토교통부 원희룡 장관과 한국도로공사 김일환 사장 직무대행,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박승기 원장, 현대건설 윤영준 사장 등 정부부처를 비롯한 공공기관 및 시공사 관계자가 참석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스마트 건설기술의 집합체인 대단면 TBM 사용을 확대해 안전성 및 친환경성을 극대화 △TBM 장비의 국산화를 통해 세계적인 터널 건설 기술 보유국으로 거듭날 것을 주요 메시지로 알렸다.
국토교통부 원희룡 장관은 기념사를 통해 “한강터널 공사에서 활약하게 될 TBM 장비는 기존의 발파공법이 아닌 진동과 소음이 거의 없는 기계식 굴착공법을 사용해 안전과 환경 두 가지를 모두 고려한 첨단장비로 의미가 크다”며 “발주 및 설계 기준을 재정립해 TBM 공법의 활성화 기틀을 마련하고, 한국형 TBM 개발을 위한 연구 프로젝트를 추진해 국내 TBM 기술경쟁력을 꾸준히 높여 가겠다”고 밝혔다.
‘고속국도 제400호선 김포-파주간 건설공사 제2공구’는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 건설 구간 중 경기 김포시 하성면 마곡리부터 파주시 연다산동을 잇는 총 연장 6.734㎞의 도로로, 한강 밑을 통과하는 2.98㎞ 터널과 나들목, 2개의 교량을 포함한다.
이 중에서도 이수식 쉴드 TBM 공법으로 하저, 다시 말해 강의 하부를 관통하는 국내 최초의 도로터널, ‘한강터널’이 특히 주목받고 있다. 현재 한강 하부를 통과하는 터널은 모두 지하철용 터널이다.
한강터널 구간은 터널 상부의 흙 두께가 비교적 얕고 수압이 높으며 복합지반으로 이뤄진 고난이도 현장이다.

한강터널 굴진에 사용하는 TBM은 직경 14.01m, 총 길이 125m, 무게 3184t의 초대형 장비로, 국내 최대 구경이자 해외에서도 시공사례가 흔치 않은 규모다.
초대형 프로젝트의 상징성과 더불어 ‘국내 최초 한강 하저를 횡단하는 도로터널 건설’의 의미를 기념하고자 현대건설과 한국도로공사는 지난 7월부터 2개월간 TBM 네이밍 공모전을 실시했다.
관심 속에 1600건이 넘는 아이디어가 접수됐으며, 땅 밑으로 다니기는 동물 중 가장 친숙한 ‘두더지’가 정식 명칭으로 선정됐다.
현대건설은 한강 하저를 가장 안전하게 굴착하기 위해 ‘이수식 쉴드 TBM 공법’을 채택했다. ‘쉴드 TBM’ 공법은 전면부의 커터 헤드가 천천히 회전하며 암반을 깎아내면 굴착된 구간을 두꺼운 콘크리트 구조체로 둘러쌓아 터널 형태를 완성하는 공법이다.
한강터널의 굴착 구간은 굴진과 동시에 사전 제작된 450㎜ 두께의 원형 콘크리트 구조체를 설치해 토사의 붕괴나 유동에 더욱 안전하다.
특히 ‘이수식’은 도심지나 바다, 강 아래 터널을 뚫는 등 상부의 압력이 강하거나 침하를 철저히 방지할 때 적용하는 방식이다. TBM 내 챔버에 이수(물, 점토, 시멘트 등이 섞인 진흙)를 가압·순환시켜 굴진하며, 굴착된 토사는 이수의 흐름을 이용해 지상으로 빼낸다. 대형펌프와 배관설비, 지상의 넓은 부지에 이수처리설비를 구축해야 하는 고가의 공법이지만, 굴진면이 안정되고 강한 수압에 안전하며 공정 효율이 높다.
고난이도 공정인 만큼 현대건설은 경험이 풍부한 독일의 터널 전문가를 영입하고 지반조사를 추가로 실시하는 등 면밀한 준비 과정을 거쳤다.
이번 TBM을 개발한 독일의 헤렌크네히트사와 협업해 장비에 △대기압 커터 교체시스템 △디스크 커터 모니터링 시스템 △커팅휠 마모감지 센서 △전방탐사 시스템 △막장 관측 카메라 등 최첨단 기술도 적용했다.
특히 대기압 커터 교체시스템은 챔버 형태로 제작된 커터 헤드 안에서 유압 개폐장치를 통해 디스크 커터를 교체할 수 있는 장치다.
최근 개발된 기술로 국내 TBM에는 처음 적용됐다. 기존에는 수압이 높은 막장면에 전문 잠수부를 투입해 교체해야 했지만, 해당 시스템을 도입하면 작업자가 대기압 상태에서 작업할 수 있다.
TBM 커터 헤드에는 71개의 디스크 커터가 장착돼있다. 단단한 암반을 뚫는 핵심 부품이기에 마모 상태를 수시로 확인해 교체해야 한다.
전체 굴착에 사용될 디스크 커터는 총 2500여개로, 대기압 커터 교체시스템을 통해 안전 확보는 물론 획기적인 공정 효율 개선이 예상된다.
이외에도 디스크 커터의 회전수와 온도 정보를 실시간 모니터링해 교체시기 및 비정상 마모 등을 확인할 수 있는 디스크 커터 모니터링 시스템, 센서를 통해 면판의 마모 정도를 측정하는 마모 감지 센서 시스템, 지진파(충격파)의 속도차이를 이용해 TBM 전방 지질 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전방탐사 시스템, 외부 막장면과 커터 헤드 챔버 내부 및 후면을 육안 관찰할 수 있는 막장 관측 카메라 등 최첨단 기술을 갖춰 시공성과 안전성을 더욱 강화했다.
한편 현대건설은 안전하고 효과적인 현장 운영을 위해 다양한 스마트 기술을 적용한다. 자체 개발한 TADAS(TBM 통합운전관리시스템)를 통해 각종 굴착 데이터와 지반 정보 등을 실시간으로 취합·분석하고, BIM 기반의 디지털 관리 시스템 HIBoard(Hyundai IoT Smart Dash-Board, 중앙 통합 운영 시스템 HOC(Head Office Control)등을 도입해 현장을 원격 지원·관리한다.
또 ICT 기반의 무선 통신 환경을 구축해 터널 전 구간의 원활한 데이터 통신은 물론 다양한 스마트 건설장비를 활용할 수 있는 토대도 마련한다.
공정 전 과정의 안전관리는 IoT 센서 기반의 안전관리시스템, AI 재해예측시스템 등 현대건설의 독자적인 기술 노하우가 집약된 시스템을 통해 철저하게 이뤄진다. 원격드론, 무인지상차량 등을 활용해 무인 현장 관리를 실현하며 이동식 CCTV, AI 영상인식 장비협착방지시스템 등을 설치해 안전관리 사각지대를 최소화할 계획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국내 최장 해저터널인 보령해저터널, 국내 최대 깊이 지하터널인 서부간선지하도로 등 수많은 터널 공사를 통해 축적한 기술 노하우를 바탕으로 터널 시공의 기계화, 기술의 첨단화를 선도하고 있다”며 “최근 도심 내 GTX 노선 등 도시철도 사업이 증가함에 따라 터널 공사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 만큼, 다양한 기술을 적극 도입해 터널 건설의 선진화에 앞장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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