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따라서 보수적인 관점에서 판단해도 세계화는 상당부분 후퇴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세계화 후퇴는 과거 저물가 기조 종료 가능성을 의미한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긴축에 힘입어 팬데믹 이후의 가파른 물가상승세가 둔화될 수 있겠으나, 장기적 관점에서 과거와 같은 저물가 기조로의 복귀가 어려울 수 있음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1980년대 이후 계속된 저물가 기조는 일부 부작용을 동반하였으나 경제주체 및 금융시장에 다양한 효익을 제공해 왔다. 물가 기조에 변화가 발생할 경우 글로벌 경제 및 금융시장에 어려움이 크게 가중될 수 있는 만큼 대비할 필요가 있다.
자본시장연구원 백인석 선임연구위원의 ‘세계화 후퇴와 물가 기조 전환 가능성’ 보고서에서다.
보고서에 따르면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급등했던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안정되고 있다. 통화 긴축 등에 힘입어 물가상승세 둔화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나, 장기적 관점에서 과거 저물가 시대로 복귀할 것인가에는 상당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백 선임연구위원은 “세계화 퇴보는 물가 기조를 바꿀 수 있는 유력한 경제구조변화이다. 세계화는 1990년대 이후 구조적 비용 하락 압력 및 기업 간 경쟁 심화 경로를 통해 저물가 기조를 이끌어왔다”고 했다.
이어 “본격적인 탈세계화 진입 여부에는 논란이 있으나, 세계화 효과(효율성)가 작동하기 위한 중요 전제조건인 자유무역주의 및 지정학적 안정성이 크게 훼손되고 있다. 세계화 후퇴는 저물가 기조의 종료 가능성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실제 한미 모두 1990년을 전후한 시점부터 세계화에 큰 진전이 있었다. 세계화 추이를 다루는 기존문헌에서도 세계화는 1970년대부터 진전이 있었으나, 1990년대 들어 본격화되며 초세계화(hyper-globalization)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지적된다.
보고서는 미국의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화가 정체국면에 진입(slowbalization)한 반면, 한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세계화가 꾸준히 진전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한국의 세계화는 2013년경부터 정체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파악했다.
세계화 진전 시기 글로벌 금융위기 기간 미국을 제외할 경우, 한미 모두 세계화가 기조적인 저물가 요인(추세 인플레이션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다만, 세계화가 정체기에 접어든 시점(미국: 2008년~2009년, 한국: 2013년경)부터 세계화가 추세 인플레이션 하향 안정에 미친 영향이 크게 감소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보고서는 초세계화 기간(미국: 1990~2003년, 한국: 1992년~2003년) 동안에 양국의 추세 인플레이션은 각각 3.7%p(미국) 및 2.9%p(한국) 낮아졌는데, 이 중 1.8%p(미국) 및 1.6%p(한국)가 세계화 효과로 나타났다. 이는 향후 세계화가 후퇴할 경우 추세 인플레이션이 상승할 가능성이 존재함을 보여준다.
보고서는 미중 무역분쟁 및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지정학적 위험이 증가하는 등 세계화 효과의 전제조건인 제도적 안정성이 크게 훼손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경제세계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온 글로벌 공급망이 아웃소싱-오프쇼어링(효율성)에서 리쇼어링-프렌드쇼어링(안정성-복원력)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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