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주택 내부 게시판이나 중앙 현관, 복도 등에 게재되어 있는 현수막이나 공고문 등을 흔히 보게 된다. 이러한 게시물을 소유자의 동의 없이 함부로 철거하면 이는 재물손괴에 해당한다. 실제로 아파트 관리사무소장 등이 단지 내에 게재된 현수막이나 게시물을 철거했다가 재물손괴죄로 고소를 당해 처벌에 이르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얼핏 생각하기에는 현수막이나 게시물이 단지 내 외관을 해치는 요인이기 때문에 이를 제거하는 것이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의 업무 범위에 포함된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의 업무 범위는 관념적으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공동주택관리법령이나 광고물 등 관리 규정 등에 명시적으로 나타나 있어야 인정된다. 만일 이러한 규정에 광고물의 철거에 대한 규정이 포함되어 있다면 그 규정을 근거로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이 현수막 등을 제거해도 재물손괴죄가 인정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러한 규정이 없는 상태에서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이 일방적으로 혹은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 의결을 받아 현수막 등을 철거했다면 재물손괴죄가 인정되어 처벌에 이를 가능성이 농후하다. 설령 별도의 규정이 있다 하더라도 그 규정에 정해진 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는다면 관리주체의 정당행위로 인정되지 않아 재물손괴로 고소를 당할 수 있다. 오늘날, 많은 아파트 단지들이 광고물 등의 게시 권한에 대한 규정은 두고 있지만 광고물 등의 철거에 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아 관리주체가 곤혹을 치르는 경우가 많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부장검사 출신의 법무법인YK 홍성준 파트너변호사는 “무분별한 현수막 게시로 인해 불편을 겪는 사람들은 ‘왜 현수막을 제거하지 않느냐’며 관리주체를 압박하기도 한다. 이러한 때에는 관련 규정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현수막을 제거하는 행위가 형법상 정당행위로 인정될 수 있는 상황인지 살펴보아야 한다. 충분한 근거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라면 자진 철거를 청구하거나 민사소송을 제기하여 강제집행을 하는 등 법정 절차를 통해 업무를 수행해야 불필요한 법정 분쟁을 막을 수 있다. 만일 이미 문제가 불거졌다면 정당행위로 볼 수 있을만한 근거를 확보해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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