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런데 살인미수가 발생했을 때, 행위자에게 살인의 고의가 있었는지 확인하는 일은 쉽지 않다. 살인미수가 발생하려면 무조건 살인의 고의가 인정되어야 하는데 워낙 처벌이 무겁다 보니 ‘살인할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살인의 고의를 입증하지 못하면 피해자가 입은 피해의 정도에 따라 상해 혹은 중상해 혐의만이 인정될 수 있다. 사람의 신체를 상해하는 상해죄는 7년 이하의 징역이나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중상해의 경우에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수사기관이나 재판부는 주로 사건 발생 시 당사자가 사용한 도구의 종류, 가격한 부위와 횟수 등을 고려해 살인의 고의에 대한 판단을 내린다. 사용한 도구가 칼, 총과 같은 흉기인지, 흉기라면 칼날 등의 길이나 생김새, 예리함이 어느 정도인지, 흉기를 어떻게 소지하게 되었으며 언제 구입했는지, 상처가 얼마나 깊게 생겼는지 등을 꼼꼼하게 확인한다. 범행 전에 인터넷 등을 통해 미리 도주로 사전 확보나 증거 인멸 등의 정보를 검색했는지, 범행 후 피해자를 구호하기 위해 노력했는지, 현장을 이탈했는지 등도 고의를 판단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
흉기를 사용하지 않고 폭행한 경우라 하더라도 폭행한 방법과 폭행 부위, 강도, 횟수 등에 따라 살인의 고의가 인정될 수도 있다. 예컨대 머리처럼 중요한 부위를 발로 여러 차례 가격할 경우, 살인의 고의가 있다고 보아 살인미수가 적용될 수도 있다. 참고로 살인이나 살인미수에서는 미필적 고의만 인정되어도 살인의 고의가 있다고 판단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미필적 고의란 결과 발생 여부를 명확하게 알기 어려워도 그러한 결과가 발생할 것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용인하는 것을 말한다.
법무법인YK 곽태영 형사전문변호사는 “자신의 행위로 인해 타인의 사망이라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위험이나 가능성을 인식했거나 예견했다면 이는 살인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당사자가 아무리 살인할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해도 각종 간접 증거나 정황 증거를 통해 살인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되면 살인미수의 적용을 피할 수 없으므로 이러한 문제를 절대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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