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 이전에는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을 이용해야만 산재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개정 이후에는 자가용이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더라도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이동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해 출퇴근 산재 승인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예컨대 출퇴근 중 생필품 구입, 자녀 등하교, 병원 방문 등 불가피한 사유로 경로가 변경된 경우에도 그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다. 다만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을 벗어나거나, 지인과 술자리를 갖는 등 업무 관련성이 없는 사안에서 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는 산재 인정이 거부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법무법인 중앙이평의 고용노동부 출신, 노동법 전문 양지웅 변호사는 “출퇴근 산재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근로자가 평소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이동 경로와 수단이 합리적이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근로자의 거주지가 아닌 숙소나 지인의 집에서 출발했다 하더라도 불가피한 사유가 있고 그 이동 경로가 합리적이었다면 산재로 인정될 여지가 있으므로 정확한 사실관계를 입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출근 중 빙판길에 미끄러져 어깨를 다친 사고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은 사고 경위의 신뢰성이 부족하고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며 요양급여 불승인 처분을 내렸으나, 불복 절차를 거쳐 법원으로부터 출퇴근 산재를 인정받는 등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불승인을 받은 경우에도 행정소송을 통해 결과가 뒤집힌 사례가 적지 않다.
이에 대해 양지웅 변호사는 “출퇴근 중 발생한 사고가 무조건 산재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므로 사고 당시의 행위나 경로, 목적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면서 “근로복지공단과 법원은 출퇴근 경로를 벗어나는 특별한 사유가 있을 경우 그리고 그 사유가 업무나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면 산재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판단하기도 하므로 본인의 상황이 여기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꼼꼼히 따져보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출퇴근 산재를 둘러싼 또 다른 쟁점은 산재보험료 인상 여부다. 사업주가 산재 처리를 회피하거나 사고 사실을 은폐하려는 이유 중 하나가 산재보험료 인상을 우려하기 때문인데, 양 변호사는 “상시 근로자 수가 30인 미만인 사업장이라면 산재가 발생해도 보험료율이 인상되지 않으며, 30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에도 업무상 질병과 출퇴근 재해로 발생한 산재 사건은 보험료율 인상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근로자라면 누구나 산재보험의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지만, 출퇴근 산재 문제는 사안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많다. 따라서 출퇴근 산재를 신청할 때에는 초기부터 충분한 증거 자료를 갖추고 신중히 대응함으로써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온전히 인정받아야 하겠다.
news@beyondpo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