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범의 포토에세이]...달리기를 할 때 떠오르는 생각들](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505190811420925446a9e4dd7f12113115985.jpg&nmt=30)
싱가포르에는 걸음이 느린 노인이나 장애인을 위해 횡단보도 신호등 시간을 늘려주는 제도가 있다는 뉴스를 본 적 있습니다. ‘그린맨 플러스(The Green Man Plus)’라는 건데 노인.장애인에게 발급되는 교통카드를 신호등 기둥에 설치된 기계에 갖다 대면 보행신호 시간이 평균 8초가량 늘어납니다. 2009년 5개 횡단보도에 시범적으로 시작해 지금은 1천 곳 넘게 설치됐고 2027년까지 전체 주거지역 횡단보도의 절반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현재 싱가포르의 65세 이상 인구는 약 20%로 우리와 비슷한 초고령사회 진입 단계입니다. 횡단보도 건너는 시간을 너비에 따라 3~13초 정도 늘려주는 이 사소한 제도가 깊은 인상을 남긴 것은 노약자의 삶을 헤아리는 사회적 배려가 느껴져서입니다. 나이 들고 신체가 노화하면 횡단보도 건너는 일상조차 버겁게 느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참 건너가고 있는데 신호가 바뀌고 누가 ‘빵’ 하고 경적 울려대는 걸 몇 번 경험하면 횡단보도 건너는 일이 망설여지게 됩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자신의 속도로 천천히 걸을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주는 것은 또 다른 형태의 사회복지 아닌가요.
보니까 싱가포르는 ‘그린맨 플러스’ 외에도 주택 고용 보건 의료 도시계획 등 각 분야에 다양한 고령화정책을 시행해 왔습니다. 노인을 단지 돌봄과 지원해야 할 대상으로 보는 게 아니라 ‘노화’라는 사회현상에 대비해 모든 국민이 건강하고 존엄하게, 그리고 품위를 잃지 않고 나이들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춘 것입니다.
나이에 상관없이 평생 배우고, 사람을 만나고, 연대하며, 사회활동에 참여해야 신체적 정신적 노화를 늦추고 건강하게 늙을 수 있습니다. 노화를 예방하는 데 투자하는 비용이 치료에 드는 비용보다 훨씬 적게 들기 때문에 의료비, 요양비 지출 면에서 국가적으로도 부담이 줄어들게 돼 일거양득입니다.
아침에 달리다 보면 많은 생각이 정리되지 않은 채 머릿속을 스치는데 무라카미 하루키의 회고록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처럼 일상의 루틴, 체력, 도전, 자신과의 대화 그리고 삶과 죽음의 메타포 같은 상념들이 한 시간 남짓 달리는 동안 계속 머리를 헤집고 돌아다닙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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