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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범의 千글자]...우리 교육이 길러낸 엘리트들

입력 2025-05-16 08:12

[신형범의 千글자]...우리 교육이 길러낸 엘리트들
우리나라 학생들은 공부를 잘합니다. OECD 38개국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늘 최상위권입니다. 확인이 가능한 2022년 PISA 순위를 보면 한국은 수학 2위, 과학 2위, 읽기 3위인데 이 순위는 몇 년 동안 큰 변동이 없습니다. 과목별 학업성취도를 비롯해 교과지식, 학습역량도 뛰어납니다. 이런 결과에 우리나라 학부모들은 흡족해 합니다.

학업 외에 다른 평가 항목들도 많은데 우리가 학업성취도에만 집중하는 사이 정작 중요한 항목들은 놓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타자와의 관계 맺기, 주도적으로 삶을 살아가는 능력 같은 지표들은 낙제점입니다. 교우관계는 36위, 협업능력 26위, 주체성 20위, 자주성 33위, 여가생활 36위 등 몇몇 지표들은 거의 꼴찌에 가깝습니다. 공부는 잘하지만 그 능력을 남들과 나누거나 공동체를 위해 협력하진 않는다는 겁니다. 한마디로 우리 교육은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개인을 길러내는데 알맞은 시스템입니다.

실제로 우리 교육현실의 단면은 이렇습니다. 미래에는 필요하지도 않은 지식과 존재하지도 않을 직업을 위해 학생들은 학교와 학원에 하루 15시간씩 붙들려 있습니다. 한 문제 차이로 내신등급이 달라지고 수능 1점 차이로 대학서열(?)이 바뀝니다. 또 의대생은 꼴찌로라도 의사면허증만 따면 수억 원대 수입에 여든까지 일하는 의사가 됩니다. 반면 이공계생은 일등을 해도 연봉 1억 받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미 수명을 다한 과거 지식만 달달 외우면서 자기 생존을 위해 도덕적 감각이 마비된 엘리트들만 길러내고 있습니다. 실패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벼랑 끝에 몰린 경쟁 환경에서 섣불리 친구와 협력했다가는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이런 극도로 이기적인 교육환경에서 이긴 자들이 우리 사회에 엘리트로서 권력을 쥐게 됩니다. 국가적인 사건이나 혼란은 명문대를 졸업하고 국가시험을 통과한 법조인, 행정관료, 의료인 그리고 이들이 대다수인 국회까지 이른바 집권 엘리트들이 일으킨 합작품입니다. 이들이 바로 무책임하고 말로는 국민을 들먹이면서 개인의 이익만 추구하는, 공감능력 제로인 엘리트들입니다.

대학에 서열이 존재하고 일자리 시장이 바뀌지 않는데 교육만 바뀐다고 문제가 해결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교육시스템이 길러낸 엘리트들의 아찔한 민낯을 보고 나니 의대와 명문대를 향해 옆도 보지 않고 달려가는 교실부터라도 바뀌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정말 나라가 망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드는 건 기우일까요. 우리 엘리트들에게 가장 결여된 것이 무엇인지 냉정하게 진단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

sglee640@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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