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범의 千글자]...아들에게 보내는 편지](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505150839560550846a9e4dd7f12113115985.jpg&nmt=30)
하녀와의 부적절한 관계에서 태어난 아들을 직접 가르치지 못한 아쉬움을 체스터필드는 길고 자상한 편지로 만회하려 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20년 동안 보낸 편지에는 인생, 사랑, 사업, 교제,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인생론이 담겼는데 18세기를 대표하는 계몽주의 철학자 볼테르는 이 책을 ‘교육에 관해 쓴 모든 책 가운데 최고’라고 극찬했습니다.
체스터필드가 아들을 가르치면서 특히 강조한 부분은 매너입니다. 상대를 기쁘게 하는 행동, 즉 호감을 사는 행동에 대한 내용이 인상적입니다. ‘남을 기분 좋게 해주는 기술(art of pleasing)’이라고 불리는 이 기술에 관한 한 체스터필드는 최고 전문가였습니다. 그는 “이 기술을 고도로 숙련한 사람은 모든 사람들로부터 애정을 끌어내며 힘을 얻게 되고 출세까지 하게 된다”고 단언했습니다.
남을 기분 좋게 하는 기술의 정점은 성공적인 아부인데 체스터필드는 아들에게 아부의 원칙도 가르쳤습니다. “첫째, 악행이나 범죄를 칭찬하는 아부는 절대 하지 말아라. 둘째, 이 세상에 살아있는 모든 생물은 다 칭찬을 원한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셋째, 아부가 설득력을 발휘하려면 누군가를 칭찬할 때 응용, 추론, 비교, 암시 그리고 직접적이지 않게 하라.”
그러면 그 오랜 세월 아버지가 보낸 절절한 편지를 받은 아들은 어떻게 됐을까요. 아들 필립은 고매하고 우아한 품성의 아버지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성장했습니다. 산만한 몸가짐에다 눌변, 매력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성인이 됐습니다. 아버지의 도움으로 겨우 의회에 입문한 첫날 자기를 소개하는 자리에서 입이 얼어붙어 일어서지도 못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체스터필드의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는 당초 책을 만들기 위해 쓴 것이 아니고 체스터필드가 사망한 후에 책으로 출간됐는데 자식 교육에 관심이 많은 부모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끌게 됩니다. 자식에게 엘리트가 갖춰야 할 매너를 가르치고 싶은 부모의 열망이 투영됐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영국 독자들은 편지가 묶여 책으로 출판됐을 때 그의 교육이 참담한 실패로 끝났음을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어떤 독자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묘한 위안을 얻었다고도 전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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