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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P인터뷰] 이복임 직업건강협회장, “보건관리자, 산업안전보건의 또 다른 날개”

신용승 기자

입력 2025-07-28 09:00

보건관리자 선임 기준, 안전관리자 수준 재정비 필요
IT·서비스업 과로사, 법의 사각지대에서 여전히 방치
질병사망 증가세…“예방중심 산업보건 체계 전환 시급”
AI 기반 ‘직업건강Check’, 5분 만에 건강 리스크 파악
소규모 사업장 공동보건관리자 도입 고려해 볼 때
직업건강, 지속 가능한 국가 경쟁력의 출발점

이복임 한국직업건강간호협회 회장./이종균 기자
이복임 한국직업건강간호협회 회장./이종균 기자
[비욘드포스트 신용승 기자] “보건관리자 선임 기준, 이제는 바로잡아야”

‘Who is 이복임?’

-울산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경산근로자건강센터 센터장

-한국직업건강간호협회 회장

이복임 한국직업건강간호협회 회장은 서울대학교에서 간호학 학사, 보건학 석사, 간호학 박사 학위를 받은 후, 미국 텍사스대학교에서 박사후 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간호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직업건강 분야에서 교육과 정책 연구에 힘을 쏟고 있다.

그가 직업건강의 길에 들어선 것은 1997년. 학생 시절부터 사회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져온 그는 “소외된 사람을 위해 살아야겠다”는 가치관으로 NGO 과로사 상담센터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한국노동연구원, 고용노동부 산업보건과 전문위원 등을 거치며 현장과 정책을 잇는 경험을 쌓아왔다.
이복임 한국직업건강간호협회 회장이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보건관리자의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강조하고 있다./이종균 기자
이복임 한국직업건강간호협회 회장이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보건관리자의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강조하고 있다./이종균 기자
이복임 한국직업건강간호협회 회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새 정부의 ‘노동안전보건체계’를 실질적으로 작동시키기 위한 핵심으로 ‘인력’을 꼽으며, 특히 보건관리자의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보건관리자의 지위와 역할을 ‘산업안전보건의 한쪽 날개’라고 표현한다. 그러나 현재 제도에서는 이 날개가 제대로 펼쳐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안전과 보건은 두 날개처럼 함께 움직여야 비로소 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보건 쪽 날개가 접혀 있는 셈입니다.”

현행법에 따르면 위험업종은 근로자 500명 이상, 그외 업종은 1000명 이상이면 안전관리자를 2명 이상 사업장에 두도록 돼 있다. 그러나 보건관리자의 경우 일부 업종은 5000명 미만에서 여전히 1명만 두면 되고, 아예 선임 의무에서 제외돼 있는 업종도 있다.

“현장에서는 최소한 근로자 1000명당 1명씩 추가하는 수준의 보건관리자 기준은 도입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는 근로자 700명당 보건관리자 1명이 이상적이라는 연구 결과를 언급하며, 안전관리자 수준의 기준은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복임 한국직업건강간호협회 회장(가운데)이 협회 직원들과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이종균 기자
이복임 한국직업건강간호협회 회장(가운데)이 협회 직원들과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이종균 기자
특히 서비스업과 IT업종 등 정신적·신체적 과중 업무가 많은 분야는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대형 IT기업의 경우에도 900명의 근로자가 일하는데 보건관리자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법적으로 선임 대상 업종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 회장은 산업재해의 양상이 변화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한다. 이제는 사고보다는 직무 스트레스, 과로, 질병 등 만성적 요인이 더 많은 생명을 앗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산업 선진국들도 사고 사망률은 매우 낮은 수준이지만, 질병으로 인한 사망은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과제입니다. 우리도 같은 길을 따라가고 있습니다.”

이복임 한국직업건강간호협회 회장./이종균 기자
이복임 한국직업건강간호협회 회장./이종균 기자
협회는 최근 AI(인공지능) 기반 건강관리 솔루션 ‘직업건강Check’를 개발했다. 5분 안에 근로자의 건강 상태를 파악하고, 개인 맞춤형 피드백을 모바일로 제공하는 웹 기반 시스템이다.

“이전까지는 단순한 건강 상태 평가에 그쳤다면, 이제는 AI가 개인 건강 데이터를 분석하고 솔루션까지 제안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별도 앱 설치 없이 카카오톡 인증만으로도 참여할 수 있어 접근성과 사용 편의성이 높다. 직무스트레스, 감정노동, 수면의 질, 뇌심혈관질환 위험까지 통합 진단이 가능하다.

“수천 명의 근로자를 관리해야 하는 보건관리자 입장에서도 AI 분석을 기반으로 상담할 수 있어 업무 부담이 줄고, 고위험군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가능해집니다.”

이복임 한국직업건강간호협회 회장이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공동보건관리자 제도’의 필요성을 제안하고 있다./이종균 기자
이복임 한국직업건강간호협회 회장이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공동보건관리자 제도’의 필요성을 제안하고 있다./이종균 기자
이 회장은 ‘공동안전관리자 제도’처럼 소규모 사업장을 위한 ‘공동보건관리자 제도’도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작은 사업장은 개별적으로 보건관리자를 둘 여력이 없습니다. 공동보건관리자와 AI 솔루션을 결합하면 효율적으로 고위험군을 선별하고 대응할 수 있습니다.”

이복임 회장은 무엇보다 ‘직업건강’이 한 사람의 삶을 지키는 문제이자, 건강한 사회로 가는 기반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근로자의 건강과 생명은 어떤 가치보다 우선돼야 합니다. 직업건강은 곧 지속 가능한 국가 경쟁력의 출발점입니다.”

그는 협회가 앞으로도 현장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제도 개선과 기술 혁신을 병행해, 건강한 일터를 만드는 데 조용하지만 단단한 힘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신용승 기자 credit_v@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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