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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범의 포토에세이]...담배 피울 권리

입력 2025-08-18 08:22

[신형범의 포토에세이]...담배 피울 권리
지금은 아니지만 나도 한때는, 아니 제법 오랫동안 담배를 피웠습니다. ‘흡연계’를 떠난 지 한참 돼서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으나 내가 흡연할 당시엔 흡연자들 중에서도 상당수는 담배를 끊고 싶어했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끊을 수 있어” “아, 언젠가는 끊어야 할 텐데…”라는 사람은 많이 봤지만 “난 절대 안 끊을 거야” “담배를 끊느니 차라리 목숨을 끊겠다”는 사람은 거의 못 봤습니다.

그런데 요즘 담배 피우는 사람들을 보면 그 성실함과 꾸준함, 지속하는 용기가 가상하다 싶으면서도 한편으론 좀 안쓰럽습니다. 집은 당연하고 단지 안에서는 담배를 피우지 못하는 아파트가 많습니다. 그런 걸 지정하는 기관이 어딘지 모르지만 대부분 ‘금연 아파트’로 지정됐다며 흡연자를 단지 바깥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그들은 아파트 단지 후문 밖 어딘가에서 추운 겨울에도 맨발에 슬리퍼를 신고 담뱃불을 붙이거나 비가 오면 한 손으로 우산을 들고 다른 손으론 라이터를 켭니다.

음식점, 술집, 당구장은 말할 것도 없고 흡연을 허용하는 실내는 이제 거의 없습니다. 바깥이라고 아무 곳에서나 피울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길빵’이라고 해서 길에서 담배를 피우면 간접흡연에 의한 불쾌감, 화재 위험, 비위생적 환경 등 사회적 민폐로 간주돼 담배를 피울 수 있는 야외 장소를 찾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요즘 흡연자들은 두 부류로 나뉘는 것 같습니다. “흥, 니들이 아무리 그래 봐라, 내가 담배를 끊나”며 오히려 ‘흡연 의지’를 불태우는 ‘이렇게 무너질 순 없다’파와 이런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 것도 이젠 지겹다며 “더러워서 끊고 만다”는 ‘이젠 무슨 재미로 살지?’파. 물론 이 결심을 지키는가 하는 건 별개의 문제입니다.

내가 보기엔 담배 끊는 건 너무 쉬운 일입니다. 후배 하나는 담배를 너무 쉽게 끊습니다. 한 달 전에 끊었다가 일주일 전에도 끊고 어제도 끊습니다. 아침이 되면 “오늘부터 끊어야지”라며 또 끊습니다. 어떤 날은 하루에 두세 번도 끊습니다. 그러니 담배 끊기가 밥 먹는 것만큼 쉬운 일입니다. 다른 케이스도 봤습니다. 30년 동안 하루 두 갑 가까이 피우는 해비스모커였는데 어느 날 “이젠 끊어야지”라고 지나가는 말처럼 툭 내뱉더니 정말 그날부터 딱 끊은 겁니다. 어느 쪽이 됐든 담배 끊는 건 쉬운 일 아닙니까?

어쨌든 흡연자의 담배 피울 수 있는 권리는 점차 설 땅을 잃고 있습니다. 모든 음식점이 금연구역으로 지정됐고 대형건물, 공공기관 등 공중이용시설은 모두 금연입니다. 이렇게 물리적으로도 압박하지만 흡연의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면서 흡연자들은 눈치를 보면서 점점 구석진 곳을 찾아야 하는 신세가 됐습니다.

그러다 보니 비록 소수로 전락했지만 흡연권을 주장하는 흡연자들의 권리 또한 존중해야 한다는 분위기도 있습니다. 흡연자와 비흡연자 모두의 권리와 공공의 이익 사이 어딘가 균형점을 찾는 것도 소수자의 권리까지 존중하는 사회의 중요한 과제가 됐습니다. ^^*

sglee640@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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