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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범의 千글자]...킨츠키, 다시 쓸모와 아름다움

입력 2025-05-20 08:26

[신형범의 千글자]...킨츠키, 다시 쓸모와 아름다움
우리나라는 이가 나간 그릇이나 상처가 있는 도자기는 복 나간다고 터부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면 일본과 중국에서는 하자 있는 그릇은 물론 부서진 도자기까지 고쳐서 사용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특히 일본은 ‘금으로 잇다’라는 뜻을 가진 킨츠키(金継ぎ)라는 도자기 수리법이 하나의 장르로 발전했을 정도입니다.

킨츠키는 깨진 그릇이나 도자기 조각을 이어 붙이는데 그 선을 따라 금이나 은가루로 장식하는 일종의 공예입니다. 과정은 쉽지 않습니다. 깨진 조각을 일일이 모아 자리를 맞춘 후 옻을 칠하고 오랜 기간 말려야 합니다. 건조시간이 길수록 견고해지는 옻의 특성 때문에 건조기간이 한 달에서 길게는 몇 달씩 걸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부분 공예가 그렇듯 킨츠키는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되는 지난하고 섬세한 작업입니다. 옻과 금분, 은분을 바른 모양새와 조화, 이음매의 자연스러움 등 완성도를 높이는 과정은 매우 까다로워서 예술작품을 완성하는 것과 같습니다. 깨진 것들이 다시 모여 더 강해지고 파편과 파편이 만나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가는 과정 자체도 그렇지만 자기 종류에 따라 재료를 선택하고 수리하는 사람의 영감과 센스, 손기술에 따라 수리된 도자기는 또 하나의 완성된 예술입니다.

그냥 수리하는 것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수리를 통해 더 아름다워지고 깨지기 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도자기로 탄생하기 때문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수리해서 더 근사해진 ‘작품’은 깨지기 전 멀쩡했던 과거(?)에 비해 몸값이 훨씬 비싸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킨츠키는 일본의 ‘와비사비 정신’을 대표하는 단면으로 볼 수 있습니다. ‘와비(侘)’는 불완전함이나 결핍된 상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를, ‘사비(寂)’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변해가는 아름다움을 뜻합니다. 두 단어를 합친 와비사비는 불완전하고 부족하지만 그 내면의 깊이가 충만함을 의미합니다. 결점, 불완전함, 비대칭, 불규칙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아름다움을 찾는 미학(美學)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상처를 회복하고 불완전함 속에서 새로운 완성으로 발전하는 킨츠키는 팍팍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위안과 또다른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전혀 쓸모없을 것 같은 파편 조각들이 킨츠키에는 아주 유용한 것처럼 스스로가 한없이 작게 느껴지고 의기소침해질 때 킨츠키 도자기를 이리저리 돌려보고 쓰다듬으며 ‘언젠가는 너처럼 다시 아름다워질 수 있겠지’라고 속삭이는 상상을 해 봅니다. ^^*

sglee640@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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