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 달했던 삼다수, 시장 점유율 40%대 ‘하락’
‘비비고’ CJ ‘양반김’ 동원… 김 국책 사업 제외
쿠팡이츠 거센 추격에 1위 배민도 위기감 확산

29일 업계에 따르면 소비재 1위 기업들의 스테디셀러 브랜드들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시장에서 경쟁 브랜드가 늘어나며 예년만 못한 성과를 받아드는 일은 이미 일상이다. 국가 주도의 초대형 프로젝트에서 배제되거나 각종 리스크에 시달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제주개발공사가 생산하고 광동제약이 위탁 판매하는 제주삼다수는 부동의 생수 시장 1위다. 그러나 과거의 영광과는 한참 거리가 있는 1위다. 한 때 제주삼다수의 시장 점유율은 60%에 육박하며 국민 5명 중 3명이 마시는 물로 자리매김했었다. 제주삼다수는 1998년 출시 후 27년간 생수 시장 1위자리를 지켰지만 현재의 위상은 달라졌다. 제주삼다수의 올 1분기 시장 점유율 40.5%다. 과반의 점유율이 무너지며 2, 3위가 시장을 빠르게 잠식해나간 결과 지난해 8월에는 39.4%로 지지선으로 여겨졌던 40%대가 무너지기도 했다. 3위 농심 백산수의 영향력이 매년 커지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농심 백산수는 현재 8%의 점유율을 기록 중이며 연내 10% 달성 가능성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농심은 1998년부터 2012년까지 제주삼다수의 내륙 유통을 담당해온 조력자였지만 이제 제주 삼다수의 강력한 경쟁자 중 하나로 변모했다.
생수 시장 규모가 커진만큼 경쟁업체가 늘어난 것이 제주삼다수의 점유율 하락을 불러온 요인이다. 국내 생수 시장 규모는 2019년 1조6900억원에서 지난해는 3조1761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시장은 커졌지만 생수 시장은 60개 업체 210여개 브랜드가 경쟁하는 치열한 시장이 됐다.

지난 23일 해양수산부는 '지속가능한 우량 김 종자 생산 및 육상양식 기술개발' 국책 연구개발(R&D) 과제의 최종 사업자로 대상과 풀무원을 선정했다. 조미김 분야에서 강점을 보여온 CJ제일제당과 동원F&B가 사업자에서 배제된 것이다.
이 사업은 향후 5년간 350억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R&D 프로젝트다. 김의 연중 생산이 가능한 육상양식 김 종자 개발, 김의 연중 생산을 위한 기술개발 및 품질 관리 등 2가지 과제로 구성된다.
비비고 김을 유통 중인 CJ 제일제당은 지난 2018년 식품업계 중 가장 먼저 김 육상 관련 양식 기술개발을 추진해 2021년 수조 배양에 성공한데 이어 이듬해 국내 최초로 전용 품종을 확보했다. 동원F&B는 출시 40주년을 맞은 '양반김'을 앞세워 국내 조미김 시장 부동의 1위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사실상 국내 조미김 시장을 두 기업이 주도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국책 과제 탈락은 '조미김 대표 기업'이라는 수식어를 후발주자에 내줄 위기로도 해석된다.

국내 베이커리 시장의 지배기업인 SPC는 또 다시 근로자 사망사고로 위기를 맞았다. 지난 19일 오전 3시께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50대 여성 근로자가 냉각 컨베이어 벨트에서 윤활유를 뿌리는 작업 중 기계에 끼이는 사고로 숨졌다. 이 사건으로 경찰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공장 센터장(공장장)을 비롯한 공장 관계자 7명을 형사 입건했다. 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김범수 대표이사와 법인을 입건하면서 경영공백 우려까지 낳고 있다.
배달앱 시장 1위 배달의 민족도 2위 쿠팡이츠의 거센 공세를 받고 있다. 지난 3월 배달앱 동향에 따르면 우아한형제들의 배달의민족 사용자가 2238만명으로 1위다. 쿠팡이츠(1101만명), 요기요(504만명), 땡겨요(153만명) 순이다. 쿠팡이츠는 지난 2022년만 해도 550만명으로 3위였지만, 쿠팡과 연계한 서비스를 통해 2위로 올라섰다. 배달의민족은 여전히 압도적 시장 1위지만 쿠팡이츠가 모기업인 쿠팡의 후광에 힘입어 시장을 빠르게 확대하는 것을 마냥 지켜볼 수밖에 없는 처지다.
업계에서는 1위 기업들의 위기를 비단 특정 기업에만 해당하는 일로 치부하지 않는다. 이들은 1위 기업들이 놓인 시장상황을 분석하고 반면교사로 삼아 시장 지배력을 강화할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영원한 1위는 없다'는 말이 현실화하는 시장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시장의 변화를 읽고 신성장동력을 마련하는 동시에 기업의 잠재적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시기”라고 말했다.
한종훈 기자 hjh@beyondpo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