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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범의 포토에세이]...모래와 바다

입력 2025-07-14 08:11

[신형범의 포토에세이]...모래와 바다
마음을 헤아리는 것보다

차라리 해변에 앉아

모래알의 숫자를 헤아리는 게 더 쉽겠다

많은 모래가 모여야 백사장이 되지만

내 그리움은 반만 담아도

바다가 된다.

윤보영 시인의 《모래와 바다》라는 시입니다. 한 편의 영화 같은 소설, 또 소설 같은 시를 만날 때가 있습니다. 윤보영의 시가 그렇습니다. 영화처럼 소설처럼 자세하게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은 이야기를 짧은 시 한편으로 보여 줍니다.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 있을까요. 옛날에 ‘어린왕자’도 그랬습니다. ‘돈 버는 일보다, 밥 먹는 일보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라고. 오래 전 떠나 보낸 사람, 끝내 다가가지 못한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가까운 친구, 설사 가족이라도 그의 마음을 온전히 알기는 쉽지 않습니다. 사람한테 서운하고 상처받고, 사람을 오해하고 사람에게 이해 받지 못한 마음들이 시인에게 말합니다. 차라리 해변의 모래알 숫자를 헤아리는 게 더 쉽겠다고.

셀 수도 없이 많은 모래알이 모이고 쌓여 백사장이 됩니다. 우리의 하루하루도 모래알처럼 작고 많은 순간들이 쌓여 삶이라는 백사장을 만듭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어떤 기억들은 차곡차곡 모여서 추억으로 쌓이고 그리고 어떤 추억은 사는 중에 느닷없이 소환돼 문득문득 그리움이라는 감정으로 마음을 어지럽힙니다.

그리움이 향하는 곳은 다양합니다. 만남과 이별, 기쁨과 슬픔, 계절과 장소를 가리지 않습니다. 바람이 불고 파도가 밀려와 쓸어가버려도 다시 쌓이는 모래처럼 그리움도 모였다 흩어지고 사라졌다가 다시 쌓여 그 그리움은 반만 담아도 마음의 바다가 될 것 같다고 시인은 말합니다.

바르셀로나의 해변을 보면서 오늘 시와 시인을 떠올렸습니다. 윤보영의 시어(詩語)는 단순하고 일상적인 풍경에서 출발합니다. 어려운 추상과 복잡한 수사 없이도 사람의 마음을 열게 하고 깊은 울림을 줍니다. 사람의 마음을 읽으려는 수고, 지난 추억에 대한 그리움 덕분에 우리는 조금 더 따뜻해지고, 사람을 더 잘 이해하게 되고 누군가를 더 사랑하게 되고 그렇게 삶은 더 단단해집니다. ^^*

sglee640@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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