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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범의 포토에세이]...노년의 시간

입력 2025-08-04 08:19

[신형범의 포토에세이]...노년의 시간
대만 타이난에서 찍었습니다. 세계 최저인 우리보다는 형편이 좀 낫지만 대만도 저출산 문제가 매우 심각한 상황입니다. 저출산과 함께 따라붙는 불가피한 상황이 고령화 문제입니다. 우리는 작년에 이미 65세 이상 인구가 20%를 넘은 초고령사회에 진입했습니다.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을 모아 놓고 한 가지 실험을 했습니다. 시계를 보지 않고 마음 속으로 3분이 흘렀다고 생각할 때 버튼을 누르는 게 미션입니다. 실험에 참가한 청년들은 평균 3분3초에 눌렀습니다. 중년은 3분16초, 노인의 경우 3분40초에 버튼을 눌렀습니다. 같은 3분이라도 연령대에 따라 다르게 인식한 것입니다. 노인의 경우 실제 시간이 40초나 지나서야 3분이 됐다고 느끼는 겁니다. 나이가 들수록 정신시계는 실제보다 더 빨리 흐른다는 방증입니다.

사실 시간은 절대적이지 않습니다. 물리학에서 시간은 질량과 속도에 대해 상대적이지만 심리적 시간은 주의를 집중하는 것과 경험하는 정보량에 따라 길어지기도 하고 짧아지기도 합니다. 가령 신나고 재미있는 일을 하고 있으면 시간이 빨리 흐릅니다. 반대로 불안하고 괴로울 때는 시간이 천천히 간다고 느낍니다.

특히 기억 속의 시간은 현재 경험하는 시간의 속도와 다른 방식으로 인식됩니다. 과거의 시간 흐름에 대한 기억은 얼마나 많은 정보를 받아들였느냐에 따라 좌우됩니다. 경험 속에 담긴 정보가 많을수록 시간이 더 오래 흘렀다고 느낍니다. 새로운 경험 없이, 똑 같은 일상을 반복하면 이때의 경험은 짧게 압축되고 상대적으로 시간은 빨리 흘러갔다고 인식합니다.

과거를 회상할 때 나이에 따라 시간의 속도를 다르게 지각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어린 아이에게는 눈 뜨면 세상 모든 것이 새로운 것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새로 습득하는 정보도 어른에 비해 월등히 많습니다. 학창시절에 ‘왜 이렇게 시간이 안 가지’라고 여기는 것은 그 시간 동안 경험하는 정보량이 많기 때문입니다.

생물학적으로 보면 나이에 따른 시간의 상대성은 생체시계와 도파민의 변화 때문에 생겨납니다. 나이 들수록 생체시계는 느려지고 도파민 활성도는 떨어집니다. 이에 비해 의식은 상대적으로 세월이 빨리 흘러가버렸다고 인식합니다. 도파민은 호기심과 놀라움, 경이로움 같은 감정을 느낄수록 활성화되는데 나이 들수록 감동하고 경탄할 일은 줄어듭니다.

어제와 같은 오늘, 오늘과 같은 내일을 지루하게 반복하면 심리적 시간은 쏜 살처럼 지나가버립니다. 그러니 나이를 먹을수록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을 잃지 않고 작은 일에도 놀라고 감동받는 일이 많아야 도파민이 많이 나오고 마음 속 시간도 천천히 흐릅니다. “이 나이에 무슨…” 이라며 손사래를 칠 게 아니라 이제껏 해보지 않은 새로운 경험 속으로 뛰어들어야 정신적으로 장수할 수 있습니다. ^^*

sglee640@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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